[에너지 자립으로 가는 길] (7) 에너지 자립 마을-국내

농촌의 에너지 문제는 도시와는 다른 의미에서 심각하죠. 자고 나면 올라 있는 기름값이 농민들에게는 더 큰 부담입니다. 겨울 난방에다 비닐하우스, 각종 농기계에 들어가는 경유까지 화석연료가 안 쓰이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 자립이 더욱 시급한 곳입니다.

놀랍게도 마을 단위 에너지 자립운동의 출발이 경남입니다.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민들레공동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 마을에 2006년 설립된 대안기술센터에서 지방자치단체, 환경운동단체, 학교,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태양광에너지와 풍력발전기, 바이오디젤과 바이오가스 같은 재생에너지와 대안 기술을 보급하면서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운동의 본산 역할을 해왔습니다.

2007년 3월 통영시 산양읍 연대도에서 시작된 '에코아일랜드' 조성사업은 또 어떻고요. 역시 에너지 자립마을 운동 1세대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경남에서 에너지 자립 시작

산청군 신안면 둔철산 자락 민들레공동체가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운동 본산 역할을 한데 대해 김인수 대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재생에너지 대안기술 영역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민들레공동체 대안기술센터가 2006년 5월에 사단법인 등록을 했어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나 환경운동 단체, 학교,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기술전수 교육을 해왔죠. 풍력발전기나 태양광에너지, 바이오디젤, 바이오가스, 생태주택 같은 분야에서요. 2013년까지 산청군과 경남도 지원을 받아 인프라도 확충했어요. 대안기술센터 워크숍동과 세미나동, 행정동, 수질정화시스템 같은 건물을 지었죠. 지금도 한 해 견학·교육 인원이 평균 3000명 안팎입니다."

에너지 자립 마을 운동을 7년째 하고 있는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김정흠 씨는 자택 옆 강의실에서 인근 초교생을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 방과후학교를 운영한다. /공동취재단

하지만 이어진 그의 말은 실질적인 에너지 자립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케 했습니다.

"에너지 자립이요? 여기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는 교육·연구용이죠. 민들레학교(방 5개, 학생 43명) 건물은 재생에너지로 많은 부분 운영됩니다. 실생활에서는 대부분 한국전력에서 공급받은 전기를 씁니다. 에너지 자립하려면 한 집에 3000만 원 이상 돈을 쏟아 부어야 해요. 우리나라는 그럴만한 돈이 없어서 독일과는 다르죠."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18㎞ 떨어진 작은 섬 연대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지방 의제 추진 기구인 '푸른통영21'은 2007년부터 '에코아일랜드' 조성 계획을 세우고, 통영시가 '생태섬 보호·육성 조례'까지 만들면서 연대도 에너지 자립운동은 시작됐습니다. 통영 산양읍 연곡리 연대도 최두기 이장이 이 마을의 오늘을 전했습니다.

"(옛 폐교를 활용한)에코체험센터에는 예약을 해서 한 번에 30~50명씩 다녀갑니다. 태양광으로 라면이나 계란을 삶아 먹고 자가발전 실험을 해요. 노인정과 마을회관도 통영시가 시설 지원을 했어요."

연대도는 그렇게 '탄소제로 녹색마을'로 지정되고, 노인정·마을회관 등은 패시브하우스로 신축됐습니다. 에코체험센터에는 태양열조리기와 자전거발전기, 인간동력 놀이기구 같은 에너지 체험시설이 마련됐고요.

하지만 48가구 80여 명 주민의 실생활 속 에너지 자립에 대해서는 최 이장도 설명이 길지 않았습니다. "150㎾짜리 태양광은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 집에서야 뭐 전기도 써야지…."

에너지 자립마을을 지향하면서도 통영시 담당부서와 푸른통영21 등에서 관련 통계를 갖고 있지 않은 점은 아쉬웠습니다.

보조금 의지해서는 안 돼요

지난 6월 30일 신·재생에너지 국내취재 중에 만난 전북 임실군 중금마을 주민 김정흠(48) 씨 역시 에너지 자립 마을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케 한 분이었습니다.

31가구 89명의 마을 주민들과 에너지 자립 마을 운동을 한 지 7년째. 그에게 남은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주민들 생각과 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그가 중금마을에서 겪은 세월은 재생에너지 실태, 난관, 절망, 재기의 순으로 압축됩니다.

"성과요? 있어요. 지금은 주민들이 쓰레기를 버리거나 태우지 않아요. 분리배출해요. 그게 편하다는 걸 알아요 이제. 거기까지 3년 걸렸어요. 태양광패널 단 집도 11집이에요. 잘만 하면 안 그래도 아끼는 전기료를 3분의 1쯤 더 아낄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아세요."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민들레공동체 내 대안기술센터에 설치돼 있는 태양열판. /민들레공동체

"에너지 자립 마을이요? 그렇게 말할 수는 없어요. 이제 그런 마음을 갖게 됐다 그 정도예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제 알아요. 처음엔 정부 보조금도 받고 지방 보조금도 받고 농가소득도 늘리자, 이런 생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원도 받고 그랬어요. 그런데 보조금 끊어지니까 안 하더라고요. 돈이 끼면 안 되는 거구나 생각했죠. 작년부터는 아예 보조금 신청을 안 해요. 돈으론 안 되는 거예요."

취재기자들이 마을을 둘러봤습니다. 임실군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김 씨는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 방과 후 수업 때문에 빠졌고, 부인이 안내를 했습니다. 조금은 힘이 빠진 듯한 남편과는 달리 이분 설명에는 활력이 있었어요.

"에너지 자립이 뭐 그리 쉽게 되나요. 오히려 주민들이 이 마을에 사는 게 재미있으면 되는 거죠. 요즘은 다들 재미있어하세요. 임실치즈 관광객들도 받고, 이렇게 에너지 자립 견학생들도 안내하고. 그전에 없던 생동감이 마을에 생긴 거죠."

마을 중심부 골목 하나를 도는 데 30분 정도 걸렸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주민들을 만날 수 없었던 게 아쉬웠는데, 이런 글귀가 방앗간 앞에 있었습니다. '행복은 적당히 벌고 분수껏 쓰고 서로 존중하고 재미있게 나답게 사는 것.'

그리고 집집이 설치되고 조성된 태양광패널과 정원들. 집마다 정원을 조성해 나중에 자연스레 마을수목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김 씨 계획이 생각나더군요.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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