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박병철 창원 마산합포구 봉곡리 이장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봉곡리는 국도로 마산에서 진주를 가면 지나치는 작은 마을이다. 봉황새 봉(鳳)에 골 곡(谷)을 써 마을 이름으로 삼았는데, 진전면 봉대산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훨씬 간명하다. 40가구 100여 명이 가족처럼 지내는 게 자랑인 소박한 마을이다. 예부터 재해와 재난이 없다는 게 또 다른 자랑이다. 하지만 이곳은 주변 마을과 더불어 한국전쟁 때 '민간인 학살'이라는 시린 상처를 품고 있기도 하다.

박병철(65) 봉곡리 이장은 올해로 4년째 마을 살림을 맡고 있다. 임기가 2년인데 해마다 마을 회의에서 재신임을 받는다고 한다. 박 이장은 봉곡리에서 태어나 13살이 되던 해 서울로 가 학창시절을 보냈고 20년 동안 지내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울에서는 제조업 일을 했어요. 부모님이 워낙 귀향을 당부하셔서 어쩔 수 없이 왔지요. 마을 주민 추천으로 4년 전에 이장 일을 시작했는데 이장 치고는 젊은 편이지요."

70대 '젊은 이장'도 흔한 만큼 박 이장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벼농사를 짓는다. 하우스 농사로 고추, 토마토를 키우고 특화작물로 키위, 단감, 블루베리, 블랙베리도 조금씩 재배하고 있다. 아무래도 젊은(?) 이장이다 보니 주로 하는 일은 마을 어르신 뒷바라지다. 특히 몸 움직이는 게 불편한 어르신들은 박 이장에게 종종 힘쓰는 일을 부탁하곤 한다.

"비료 포대도 갖다 드리고 잔심부름도 해요. 저도 제 일이 있으니 마음처럼 늘 돕지 못하는 게 아쉽지요. 그래도 주변에서 이장 욕본다고 하면 그런 게 또 보람이 되고 그럽디다. 또 마을 사람들이 가족처럼 지내고 이장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는 것도 고맙고요. 아무래도 마을에 갈등이 있으면 이장 일을 하기가 참 힘들거든요."

박 이장은 진전면 쌀 작목반 회장도 겸하고 있다. 지난 4월 '유채꽃과 함께하는 친환경 농특산물 축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 별다른 지원을 받지 않고 행사를 잘 치러냈다. 준비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박 이장이 개인적으로 더 힘을 보태기도 했다. 박 이장은 내년부터는 조금이라도 행정 지원을 받아 축제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이장은 봉곡리 자랑 중에 환경을 으뜸으로 꼽았다. 우선 마을 사이로 흐르는 하천이 깨끗하고 마을을 감싸 안은 산도 든든하다. 공기 좋고 물이 맑은 데다 인심까지 좋으니 최근에는 집을 짓고 정착하는 바깥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주민과 바깥사람들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일 역시 이장 몫이다.

박 이장은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일로 마을회관 재건축을 꼽았다. 봉곡리 입구에서 조금만 들어가면 곧 마주치는 마을회관은 한눈에 오래된 건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0년 남짓 된 건물인데 그동안 내부 수리만 한 번 했다고 한다.

박병철 봉곡리 이장이 마을회관 앞에서 순박한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장으로 있으면서 마을회관은 깨끗한 건물로 다시 짓고 싶네요. 아무래도 작은 마을에서는 마을회관에서 하는 일이 많거든요. 예산이 많이 들어가니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도 아니고…."

또 마을 안쪽 도로도 차나 농기계가 다니기 편하도록 좀 넓혔으면 했다. 보상 문제도 있고 행정을 하는 쪽에서 보기에 시급한 사업도 아니라 당장 답은 나오지 않겠지만 마을 사람들이 늘 아쉽게 여기는 부분이다. 비가 많이 오면 위험한 하천 주변을 정비하는 것도 창원시가 신경 써야 할 사업이다.

"마을 사람들이 워낙 잘 도와주고 마을 분위기도 좋으니 특별히 힘든 일은 없습니다. 이장은 말 그대로 마을 심부름꾼이에요. 책임감이 없으면 할 일이 아니지요. 늘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 이장은 마을회관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모자를 써야 하나"라며 순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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