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 후]선시영 지리산댐 반대 마천면대책위원장

선시영(56·사진) 씨는 함양군 마천면에서 태어났다.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 대구에서 나천칠기 관련 일을 했다. IMF 외환위기 때 어려움을 겪으며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리산 아래서 산장을 운영하며 마음 편히 살고자 했다.

그런데 지리산댐 건설 이야기를 들었다. 고향 산천이 무너질 판이었다. 이제야 태어나서 자란 곳, 그리고 여기 자연이 주는 따듯함을 알아가던 중이었는데 말이다.

그는 생업을 뒤로한 채 지리산댐 건설 반대에 앞장섰다. 마천면대책위원장도 맡았다. 그렇게 지내온 지 15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지난 5월 홍준표 도지사는 잠잠했던 부산 물 공급 문제를 다시 꺼냈다. 지리산댐 건설 필요성을 다시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선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젠 가치 없는 말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쓰입니다."

지리산댐 문제는 지난해 홍 지사 추진 뜻에 따라 수면 위로 재차 떠오른 바 있다. 지금, 바깥사람들에게는 소강상태일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정부 댐 건설 계획 가운데 지리산댐은 장기화 계획에 들어가 있습니다. 지난 7월 국토부 사전검토위원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쪽에서도 장기화 계획에서 빠지는 것에 긍정적인 뜻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믿을 수가 없어요. 백지화될 때까지는 안심하지 못합니다."

선 씨와 달리 찬성 쪽 사람들은 여전히 보상기대를 품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반대 주민이 훨씬 많습니다. 그러니 찬성 주민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뒤에서 가치 없는 얘기나 흘리고 있죠."

그는 여전히 마천면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도 직에서 물러나고 싶지만 시골이다 보니 할 사람이 나타나지 않네요. 하지만 위원장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여기 사는 주민으로서 관심을 절대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가 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대해 가족들은 불편한 마음을 두고 있다.

"가족뿐만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허구한 날 왔다 갔다 하고, 상상도 못 한 국회에 발걸음 하기도 하고…. 산장 일 하면서 아이들 공부 시키기도 빠듯한데 나 자신도 짜증 납니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가치 없는 일에 계속 머무르고 있으니 저도 어쩔 수가 없지요. 나이 들고 보니 자연의 고귀함을 알게 됐습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댐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후손들을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저는 그 방향을 잃지 않을 겁니다."

선 씨는 고향 땅, 그리고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지리산댐 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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