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열전]에필로그

'전국적인 지명도가 있고, 실력을 검증받은 도내 지도자를 경남에서 한 번 찾아보자.'

블랙홀처럼 모든 분야를 빨아들이는 '수도권 집중'은 스포츠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도내에서 나고 자란 선수도 서울 소재 대학이나 수도권 팀을 선호하다 보니 지역팀이 오로지 실력으로만 전국적인 명성을 얻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탁월한 용병술과 리더십으로 명장 반열에 오른 지도자가 분명히 경남에도 존재한다.

그들을 만나 지도의 삶과 철학을 공유하고자 준비했던 '명장열전'이 끝이 났다. 종목과 지역을 망라해 모두 30인의 명장(名將)을 만났다.

스포츠 스타 출신 아니지만 선수들 마음은 더 잘 알죠

◇스타 출신보다는 지도자로서 만개한 경우 많아

스포츠계에서는 '스타출신 감독은 실패한다'는 속설이 있다. 스타출신 감독은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경험이 없다보니 벤치워머들의 간절한 심정을 헤아리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노현수(레슬링)

<경남도민일보>가 선정한 명장 30인도 변변치 않은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꽃을 피운 경우가 많았다. 레슬링 그랜드슬래머 김현우를 키워낸 노현수(창원시청) 감독도 1994년 LA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패해 올림픽 출전의 꿈이 좌절됐지만, 이후 지도자로 변신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는 2005년 경남대 감독을 시작으로 현재 창원시청까지 10년간 지도자생활을 하면서 각종 전국대회에서 100개가 넘는 금메달을 수집했다.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내셔널리그 창원시청 박말봉 감독도 창단 이후 9년째 원클럽맨으로 지내며 통산 100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현역 복무 탓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1위로 통과하고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경남대 사격부 한희성 감독도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체전 5년 연속 공기소총 단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지도자로서 인정받았다.

한희성(사격)

두산중공업 최근철 양궁 감독은 "국가대표 출신이 아니라는 주위 편견을 이겨내고자 훈련계획을 일일 단위로 짜는 등 나 스스로 약속을 지키려 애를 썼다"면서 "그런 절박함이 있었기에 좋은 선수를 발굴해 냈고, 전국 어딜 가도 뒤지지 않는 실업 양궁팀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철(양궁)

반면,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명장도 있었다. 배드민턴 명가 성지여고 황혜영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과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여자 복식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올림픽 챔피언 출신이다. 창원시청 테니스팀 전창대 감독은 마산고 3학년 시절이던 18살에 최연소 태극마크를 달았고, 경남체육회 김종락 근대5종 감독도 고교 3학년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아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던 인물이다. 창원시청 씨름부 이승삼 감독도 비록 천하장사 타이틀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17, 21, 36대 한라장사에 오른 씨름계의 대부다.

황혜영(배드민턴)
이승삼(씨름)

◇최고선수 요건은 실력보다 '인성'

명장을 인터뷰할 때마다 빼놓지 않은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선수 선발의 기준이었다. 잠재력이나 입상가능성 등 현실적인 답변보다 많이 나왔던 대답은 뜻밖에 '인성'이었다.

경남도청 롤러팀 강대식 감독은 "일단 실력 이전에 좋은 인성을 가진 선수들이 오래간다. 물론 개인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팀에 녹아들 수 없다면 실력이 무용지물이라 생각한다"고 인성을 강조했다.

강대식(롤러)

진주선명여고 배구부 김양수 감독도 "실력이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인성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다. 큰 선수가 되려면 기량 이외에도 인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항상 강조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수(배구)

경남대 야구부 김용위 감독은 선수 스카우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간절함'을 꼽았다.

그는 "지금은 유명 선수가 된 NC 권희동(현 상무)도 대학 시절에는 선수와 목회자의 길을 놓고 방황했다"면서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프로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고 소개했다.

김용위(야구)

◇카리스마보다는 솔선수범이 대세

지도자가 갖춰야 할 요건 가운데 명장들이 선정한 최고 덕목은 '솔선수범'이었다.

정장안 경남체육회 세팍타크로 감독은 "지도자는 선수들에게 항상 모범을 보여야 하고, 거울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없고, 선수들을 이끄는 데도 지장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장안(세팍타크로)

창녕군청 정구부 김용국 감독은 "카리스마형 지도자보다는 형님처럼 다가서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나 스스로 군림하는 위치가 아닌 자세를 낮추면 선수들도 팀에 헌신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용국(정구)

김해시 체육회 볼링부 박춘길 감독도 선수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제가 선수생활을 할 때만 해도 지도자는 갑, 선수는 을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내가 지도자가 되면 선수들을 인정해주고 믿어보자고 결심했다"면서 "실업팀에 올 정도라면 선수들이 자기관리를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도 그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설명했다.

박춘길(볼링)

천하장사 정경진을 배출한 창원시청 이승삼 감독은 "스포츠는 바둑의 '복기'와 닮았다. 이미 치른 대국을 점검하는 복기는 자기반성에서 출발하듯 지도자도 선수를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잘못을 깨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시청 하키부를 전국 정상에 올려놓은 김윤동 감독도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김윤동(하키)

그는 "선수들의 고민을 많이 들어주려 애쓴다. 제자들에게는 직장을 잡아주거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지도자의 몫"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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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상(복싱)
구영진(육상)
박말봉(축구)
임용훈(카누)
김철현(역도)
전창대(테니스)
김광석(스쿼시)
제응만(우슈쿵푸)
박정숙(농구)
정순조(펜싱)
강기배(조정)
김종락(근대5종)
최승엽(유도)
김진옥(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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