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창원 굿바이 강박연구소' 권재경 소장

경남도민일보 독자로부터 '창원 굿바이 강박연구소'에 대해 전해 들었다. 독자 본인이 이유를 알지 못한 우울증에 시달렸는데, 여기 상담 이후 제2 인생을 살게 됐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될 수 있도록 이곳 이야기를 다뤄 달라고 했다.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창원 굿바이 강박연구소'를 찾아 권재경(47) 소장을 만났다.

연구소를 연 지 4개월 가까이 된다고 한다. 강박증·우울증 등 마음의 병이 있는 이들을 개별 상담하는데, 한 사람당 12회·3개월가량을 필요로 한다고 한다. 권 소장이 주로 진행하는 상담기법은 'EFT(감정자유기법)'이다. 한의학에 기반을 둔 것인데 이를 개발한 사람은 미국인이라고 한다. 한국에는 2007년 관련 협회가 만들어졌다.

권 소장은 마음의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믿고 따라올 수 있는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마음에 축적된 부정적 감정을 찾아가는 겁니다. 어릴 때 겪었던 일들, 부모님 혹은 주변 사람들과 관계, 그런 부분을 찾아서 풀어줘야 에너지 흐름이 바뀝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옛 기억을 더듬어야 합니다. 부모님이 나에게 어떠한 가치관을 심어주고 양육했는지를 봅니다. 어머니가 '너는 화내지 말고, 늘 사람들 얘기를 들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미워한다'는 걸 심어준 거죠. 본인은 그러한 상황에서 감정이 솟구쳐 오르는데, 어머니가 주입한 신념이 늘 억누르는 거죠. 그러한 혼란을 겪고 있다면 그 패턴을 끊어야 한다는 겁니다."

강박·우울·공황장애·발표불안, 그리고 말을 더듬는 것 등은 표현되는 증상만 다를 뿐이지 바탕은 같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몸이 아픈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의학적인 부분이라 조심스럽기는 한데요, 마음이 말을 못하면 결국 몸이 얘기한다고 생각합니다. 60대 할머니가 찾아오셨어요. 발이 아파서 걷기도 힘든 분이었어요. 상담 중 초등학교 5학년 때 자신을 따돌린 친구, 그리고 남편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그 이후로 3년간 불편했던 발이 좋아진 거죠. 친구·남편에 대한 말 못 한 분노가 그동안 몸으로 나오고 있었던 거죠."

권 소장을 찾았다가 중도 포기하는 이도 20%가량 된다고 한다. 하지만 믿고 따른 이들은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권 소장이 EFT 상담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한번 상담할 때 1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요, 그 시간에 다룰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그 사람 패턴을 찾아서 짚어줍니다. 그리고 나를 찾는 방법을 알게끔 해 주는 거죠. 스스로 노력 없이는 안 되는 겁니다. 여기 찾아오는 이들은 자기 문제를 인정하는 현명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금방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것 같은 마술을 바라고 오시는 분들은 중도에 그만두기도 합니다. 저는 윽박지르든 어떻게 하든 나를 믿고 따라와 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힘들어했기 때문입니다."

그랬다. 권 소장 역시 30년 넘게 강박증에 시달렸다. 권 소장이 자신의 블로그(blog.naver.com/smile003378)에 올려놓은 글이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참 많이 아팠다. 그냥 외로웠다.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일고 눈물이 핑 돌고 어디에 마음을 붙여야 할지 모른 채 휘청거렸다. 그래서 엄마 주위를 맴돌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결국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 말하고 싶었는데…. 엄마, 나 외롭다고…. 가슴속에서 자꾸 찬 바람이 분다고….'

'나는 어릴 때부터 옷에 대한 갑갑함이 있었다. 옷을 입을 때 목에 무언가가 닿으면 그 느낌을 갑갑해 했고, 의식적으로 손으로 떼어내곤 했다. 엄마도 그랬고 형도 그랬단다. 그래서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적어도 중학교 2학년 강박증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그 옷에 대한 갑갑함, 목과 쇄골부분에 닿는 그 간질간질하고 무언가 짓누르고 있는 그 지저분한 그 느낌에 완전히 압도되어 버렸다. 미칠 것 같은 하루하루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렇게 계속되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것이 무엇인지, 또 무엇 때문인지…. 강박증이란 것, 그것은 어른이 된 후에 알았다.'

15살에 이러한 경험을 했지만 주변, 그리고 병원에서조차 '예민해서 그렇다'고 치부했다고 한다. 23살에야 그것이 강박증이라는 걸 알았다고 한다.

"강박이라는 단어는 저에게 정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볼 건 다 해봤죠. 신경정신과 입원도 하고, 약도 먹고, 심리상담·최면요법도 받아보고, 명상·굿도 해보고….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우울감이 찾아오면 몇천kg 납을 어깨에 얹고 심해에 빠지는 기분입니다. 제가 20대 중반부터 가업인 건섭업에서 일했습니다. 딸 둘인 가장이기도 합니다. 남들 보기 부족함 없지만 제 마음 밑바닥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난해 다시 한 번 강박증과 붙어보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EFT 기법을 알게 됐고 스스로 치유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권 소장은 단지 자신 마음만 다스리는 데 그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손 내밀고 싶었다. 관련 자격증을 따고 공부를 했다.

그리고 건설업 대표 자리를 뒤로하고 강박연구소를 차렸다. 한 가정의 가장 처지에서는 이것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직업이 된 것이다.

"마음의 문제에서 완치는 없습니다. 지금도 순간순간 밀려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같은 감정으로까지 가지 않도록 조절할 방법을 알고 있다는 거죠.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믿고 따라와 보세요'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강박·우울에서 벗어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제는 '우울하지 않다'에 그치지 않고 '행복하다'로 나아가야죠. 지금 '굿바이 강박연구소'를 '굿모닝 행복연구소'로 바꾸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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