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의 성실함, 이젠 친정에서 더 좋아하죠"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사는 장진석(42)·권영미(40) 부부는 16년 전 만나 4년 연애 후 결혼했다. 초등학교 4·1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둘은 술자리에서 예고없이 처음 만났다. 진석 씨 얘기다.

"총각 시절 돈은 없고 소주는 먹고 싶어서 친구한테 연락했죠. 술집으로 갔더니 친구 포함해 남자 둘, 여자 둘이 함께 있는 겁니다. 채팅으로 번개를 해서 만나고 있던 거였죠. 저는 중간에 와서 뻘쭘하기도 해서 혼자 구석에서 술만 마셨어요. 집사람이 불쌍했는지 말을 걸어주더군요. 저는 고마우면서도 괜히 틱틱거렸죠. 그렇게 다 같이 헤어질 때 술김에 크게 외쳤어요. '내가 고성 사람인데 잘 기억해 두소'라고 말이죠."

겉으로는 까칠하게 대했지만 영미 씨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며칠 후 진석 씨는 친구를 통해 영미 씨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리고 따로 둘만 만나기로 약속했다.

"오후에 만나기로 했는데요,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저녁에야 눈을 뜬 거죠."

장진석·권영미 부부와 두 아들.

연락도 없이 약속이 펑크났는데 곱게 받아들일 이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영미 씨는 너그러웠다.

"이후 전화를 걸어와서는 정중하게 사과하더군요. 존댓말을 꼬박꼬박 쓰면서 말이죠. 처음 봤을 때 느낌이랑 많이 달랐죠. '괜찮은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 거죠."

오랜 연애가 이어졌고 결혼까지 마음먹었다. 하지만 녹록하지 않은 과정이 있었다. 영미 씨 집안 반대가 컸다.

"집사람은 종합병원 간호사였고, 저는 반백수에 가까웠어요. 처가에서 쉽게 허락할 리 없었죠."

이 난국에서 영미 씨 뜻은 굳건했다. 결국 부모님이 손을 들었다.

"당장 처지는 그랬지만, 이 남자의 성실함을 알고 있었거든요. 사실 지금도 돈과는 거리 먼 사람이에요. 하지만 하고 싶은 게 많고, 그것을 위해 열정을 쏟아부어요. 그런 성실함이 멋있어 보이고, 제가 남자 하나는 제대로 봤다 싶어요."

부부는 지난 2013년 한 단체에서 주는 '아름다운 가정상-효경모범상'을 받았다. 이 대목에서 영미 씨는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친정에 들어가 산 지 8년 정도 됐어요. 몸 불편한 부모님 모시러 들어간 거죠. 이 사람 덕에 효행상까지 받았죠.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요, 남편이 정말 잘 모셨어요. 덩치 큰 아버지를 직접 업고 휠체어 태워 모시고 다녔어요. 저는 친딸이면서도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였는데, 이 사람은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이죠. 어머니도 이제 '우리 장 서방, 우리 장 서방' 하시죠."

이 말을 들은 진석 씨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전부터 부모·자식 간에 합치는 걸 찬성하는 쪽이었어요. 아이들 교육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말이죠. 좋게 말하면 모시러 들어간 건데, 좋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진석 씨는 결혼 후 사업 실패 경험이 있다. 경제적 손실이 컸다. 아내에게 늘 미안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작게나마 기부 손길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런 남편을 보며 아내 영미 씨는 눈을 흘기면서도 "예전에는 내 코가 석 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저도 남편 닮아가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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