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후 갈증 날 때 마시면 좋아공복에 마시면 몸 늘어질 수도

우리 녹차는 설록차·작설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모두 단일 품종인 차나무 잎으로 만든 것이다. 각지에서 생산되는 양이 많아져서 요즘에는 수출도 한단다. 우리 선조는 본디 녹차를 즐겨 마셔 일본에 차 마시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 워낙 수입 커피 마시는 사람이 많아져 녹차가 도리어 커피의 뒤를 따라가야 할 형편이 됐다.

민족마다 무슨 차를 마시라고 꼭 정할 수도 없고,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 각자 취향에 맞는 기호식품을 즐기는 것이야 그리 상관할 바 아닐 것이다. 커피의 폐해를 주장하는 학자들이 매일같이 외쳐대도 아랑곳없이 '커피 없이는 하루도 못 산다'고 단언하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사람 습관이 무서운 걸 새삼 실감한다. 그래도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럴 법도 하다.

그러면 우리 녹차는 아무런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이 없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본디 녹차 효능은 경쾌하고 은은한 향기와 약간 씁쓰레하고 떫은 맛으로 신경을 상쾌하게 풀어주므로 한참 머리를 많이 쓰고 나서 얼굴이 약간 달아오르면서 머리가 띵한 느낌과 함께 눈에 피로가 느껴질 때 먹을 만하다. 녹차는 기운을 차분히 내려주는 역할이 있어 식후에 위장이 소화시키느라 애쓸 때 생기는 후덥한 열기가 위로 떠서 갈증이 생기는 경우에 좋다. 대개 체중이 많은 사람이나 과식하는 사람, 위장이 뻐근한 사람들이 식곤증이 오기 쉬운데 이럴 때 녹차가 도움될 것이다.

그러므로 녹차는 식후에 즐기는 것이 좋겠다. 녹차 한 잔인데 어떠냐고 말할지 몰라도 공복에 마시면 차의 기운에 약간 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기 체력이 약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식후에 마셔도 몸이 사르르 까라지는 느낌과 함께 기분이 나빠지고 머리가 아파서 도대체 차를 마셔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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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를 무턱대고 많이 마시면 얼굴과 피부가 기름기 없이 푸석푸석해질 수도 있으니 수척한 사람은 녹차를 너무 즐기지 않도록 하면 좋겠고, 혹 마시더라도 식후에 배가 든든할 때 마실 것을 권하고 싶다.

/김이곤(미즈아이 구암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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