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기침만 해 감기로 오인, 위생 철저·주기적 접종 필요

"백일해를 아십니까?"

"100일 동안 기침한다고 백일해 아닌가요? 요즘은 다들 예방접종하잖아요."

"어린 아기들이 걸리는 병 아닙니까. 우리 아이는 고등학생이에요."

백일해. 보르데텔라 백일해균(Bordetella pertussis, 그람 음성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초, 전년에 비해 환자 발생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며 적기 예방접종과 개인위생 수칙 준수 등 예방을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창원과 김해 등지에서 환자가 많이 생겨 경상남도의사회 등 지역 의료계가 초기 대응을 강조하고 나섰다.

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이 백일해의 위험성과 성인도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백일해란? = 영아 때 시기별 예방접종 중 DTaP가 있다. DTaP는 디프테리아(D)·파상풍(T)·백일해(P) 예방 백신이다.

백일해는 1980년대 초까지 유행했고 많은 소아가 감염돼 사망했으나, 예방접종으로 발생이 현저히 감소했다.

'흡' 하는 소리, 발작, 구토 등 증상이 동반된 14일 이상의 특징적인 기침을 한다. 어릴수록 사망률이 높아 1세 미만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인간이 유일한 숙주로, 직접적인 접촉으로 전파되거나 기침할 때 튀어나온 침을 통해 호흡기 전파가 이루어진다.

잠복기는 3~12일이며, 6~8주에 걸쳐 3단계의 임상 경과를 보인다.

처음 1~2주(카타르기)가 가장 전염력이 강한 시기로, 콧물, 결막염, 눈물, 경미한 기침, 낮은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때 항생제를 사용하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증상이 가벼워 감기와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그 다음은 경해기로, 어린 아이들이 기침 시작 후 약 2주 말이 됐을 때부터 2~4주, 또는 그 이상 지속된다. 발작성 짧은 기침을 계속하다가 끝에 길게 숨을 들이쉴 때 '흡'하는 소리를 낸다. 해소 발작 중에는 얼굴이 빨개지고 눈이 충혈되며, 기침 끝에 구토가 동반되고, 끈끈한 점액성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청소년이나 성인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기침으로 고생하는데, 발열은 없다. 이때 항생제를 사용해도 증상은 완화되지 않고, 기침을 계속할 수 있다. 다만 균이 줄어 전파력이 떨어질 수 있다.

3단계는 회복기로, 이때는 기침 정도와 횟수, 구토가 감소하며, 약 1~2주 지속된다.

백일해는 주로 항생제와 기침약 등 증상에 따른 대증치료를 하게 된다. 진단은 배양검사나 혈청검사를 통해 한다.

◇성인 백일해도 주의해야 = 백일해는 어린 아이만 걸리는 질환이 아니다.

경상남도의사회 학술이사인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성인은 위험성이 낮고 기침 이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단순 감기로 오인하고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마 과장은 "백일해에 감염됐으나 특징적인 백일해 소견이 없는 성인이 주요 감염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아도 가족, 특히 어린 아이 건강을 위해 어른들이 각별해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인은 기침만 오래하다가 대부분 좋아지는데, 성인이 만성기침을 하면 만성기관지염이나 천식, 폐암 등을 의심해 검사하고 치료하는 시행착오를 겪기 쉽다.

이런 성인이 집에서 기침하면 어린 아이들에게 옮기게 돼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 따라서 감염원이 될 수 있는 성인도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마 과장은 강조했다.

그런데 어릴 때 예방접종을 했는데 왜 청소년·성인 백일해 환자가 생기는 것일까.

마 과장은 "백일해는 백신 접종으로 항체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예방법인데,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게 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방어력이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추가 접종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잘 하지 않았다. 성인은 주로 Td(파상풍·디프테리아) 접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과 성인에 백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성인용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예방법은? = 백일해 전파력은 아주 높은 편이라 기침 예절,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여름과 가을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며, 특히 가족 내 감염이 잘 된다. 소아가 감염되는 경우, DTaP 백신을 충분히 접종하지 않은 아이는 임상 경과가 나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소아는 예방접종 일정에 따라 접종해야 한다.

보통 생후 2, 4, 6개월에 DTaP 기초접종을 한 후 생후 15~18개월과 만 4~6세 때 각각 1회 추가접종한다. 만 11~12세 때 Tdap 또는 Td 백신을 1회 접종한다.

성인은 백일해 유행이 없으면 보통 10년 간격으로 Tdap나 Td 접종을 권한다. 하지만 백일해가 유행하면 최근 Td 접종을 했더라도 Tdap 접종을 한번 더 할 수 있다고 마 과장은 조언했다.

백일해 접종을 하면 많이 붓고 아플 수 있으므로 접종 후 얼음 주머니나 찬 물수건을 접종 부위에 대어 주는 것도 좋다. 특히 4차와 5차 접종 때 이상반응이 심하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마 과장은 "청소년이나 성인은 요즘처럼 백일해가 유행할 때는 Td보다 Tdap를 접종하는 것이 좋다"며 "기초접종 역시 백일해 유행 시기에는 접종 시기와 간격을 앞당기는 가속접종을 하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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