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극도의 거부감 이해 안돼…'약자' 대변 옳지만 재계 돕는 꼴

이틀 뒤(14일)면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지정한 임시공휴일이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겉으론 '환영'이라고 했으나 재계는 재계대로 불편한 것 같고, 특정 계층의 '박탈감'을 앞세워 쓴소리를 쏟아내는 사람 또는 세력도 적지 않았다.

재계의 속내는 기업을 대변해온 보수·경제지 보도에 녹아 있는 듯하다. 전에 없이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자·비정규직의 목소리가 많이 부각됐다. 갑작스러운 공휴일 지정에 회사 업무에 혼란이 왔다거나 "어차피 우리는 쉬지도 못한다"는 절망,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맞벌이 부부의 고충이 조선·중앙·매일경제·한국경제 등을 통해 전해졌다. 진보 성향 언론과 노동계에서도 똑같은 관점의 불만이 나왔으니, 이번 논란에 관한 한 진보냐 보수냐, 자본이냐 노동이냐 구분은 별 의미가 없었다.

돌아보면 이상한 일이다. 1년 365일 중에 쉬는 날이 하루 더 늘었는데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니. 기업주 입장에선 노동자를 못 부려먹으니 그렇다 치고, 상대적 박탈감에 근거한 진보·노동계 쪽 비판은 어떻게 봐야 할까. 모두가 쉴 수 있는 '완전한' 공휴일이 아니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한 걸까. 민주노총은 지난 4일 성명에서 "정치적 효과를 노린 얄팍한 조치"이자 "일시적인 모르핀 투약이나 마약 처방"이라고 했다. 직접적 표현은 없으나 이 정도면 아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임시공휴일이다.

마음대로 쉴 수도 없는 안타까운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하지만, '차별'은 이번 임시공휴일이 만든 게 아니다. 법·제도상 미비든, 열악한 기업 여건이나 강압적 조직 문화 때문이든 법정공휴일, 연차휴가조차 제대로 못 누리는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민주노총 등의 주장대로 8월 14일 임시공휴일이 그렇게 문제라면, 공무원과 일부 힘이 센 대기업노조 노동자 중심으로 혜택을 입는 이 모든 휴일 전체가 문제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함께 쉴 수 있는 완전한 휴일이 아니니 이 또한 없애는 게 맞는 건가.

기자는 이러한 자가당착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과도한 적개심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비판을 위한 비판.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조건' 까고 보는 게 진리라는 단순·유치한 정치관. 균형 잡힌 눈이라면 "반가운 결정이지만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도 헤아리기 바란다" 정도가 적절한 반응 아니었을까. '휴일'에 '휴' 자만 나와도 어떻게든 흠집 내려고 발버둥치는 자본의 논리에 멍청하게 힘을 보태는 것 같아 하는 소리다.

보수·경제지처럼 구체적 대안도 일관성도 없이 오직 자기 합리화 도구로만 '약자'를 활용하는 건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취약 노동자와 청년 실업자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임금피크제나 고용보험료 인상에 반대하면서, 임시공휴일로부터 소외된 자들을 걱정하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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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박근혜 정부가 쏘아올린 '노동개혁' 논란이 뜨겁다. "재벌개혁이 먼저"라며 남 탓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하루하루가 고통인 '그들' 모두가 노동계와 야권이 어떤 책임 있는 해법을 내놓는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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