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당시 대우국민차 창원공장 생산라인에서 8개월 가까이 일했다. 야행성 생활에 익숙했던 나는 늘 잠이 부족했다. 30~40분 걸리는 출근길 통근버스 안에서 꿀잠을 잤다. 퇴근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통근버스는 단순히 일터를 오가게 하는 역할 이상의 공간이었다.

지난달 31일 거제 통근버스 추락사고가 났다. 그동안 암묵적 관행이었던 '통근버스 정원 초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업체, 혹은 계약을 맺어 통근버스를 운영하는 전세버스업체 측에서는 '경찰의 강력 단속'에 방점을 뒀다. 경찰은 이를 받아들이면서도 '회사 안전관리 요원들을 통한 자체 통제가 우선'이라는 얘기를 했다.

그들도 이러한 단속·통제보다는 증차, 효율적인 노선 조정이 더 중요하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사고 이후 거제지역 대형 조선소들은 곧바로 증차 계획을 내놓았다. 다만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해양플랜트가 빠지면서 전체 5만 5000명이던 직원이 4만 명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통근버스 수를 줄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고가 나서 문제가 되긴 했지만, 평소에는 큰 불편함 없이 운영된다는 어조였다.

이는 통근버스 이용자들과는 온도 차가 커 보였다. 관련 기사가 나간 이후 한 독자는 페이스북에 이런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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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몰리는 시간(잔업 많이 하는 화·목, 잔업 후 퇴근, 잔업 잘 안 하는 수·토요일 정시 퇴근) 버스 타기 엄청 치열합니다. 버스에 꽉꽉 채워서 가도 못 타서 숙소까지 한 시간 동안 걸어갈 때도 있고…. 그래서 대부분 자전거·오토바이 많이 타시죠.'

고된 노동을 앞두거나 끝낸 이들 몸과 마음이 출·퇴근길에서조차 편치 못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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