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상길 씨 열여섯 미영 씨 교회 봉사활동 때 만난 뒤 연락…첫만남 때부터 마음 둬

스무 살 남자 대학생과 열여섯 여중생은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훗날 '오빠'로 바뀌었고, 지금은 '여보'가 되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사는 이상길(47)·박미영(43) 부부 이야기다.

1980년대 말, 대학에 들어간 상길 씨는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학년 여름에는 통영에서 초·중·고 아이들 공부 가르치는 일을 했다. 이곳에서 여중생 미영 씨를 처음 봤다.

"교회 활동을 하면서 통영 용남면 아이들과 2주가량 시간을 보냈죠. 그때도 아내가 유독 눈에 들어오긴 했습니다. 참 조용하면서도 매사 열심히 하려는 학생이었거든요."

짧은 시간을 뒤로하고 상길 씨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곳 아이들과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교회로 편지를 보내면 아이들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미영 씨와 직접 주고받은 건 아니지만, 그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군대에서도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1992년 여름, 제대한 상길 씨는 다시 아이들 생각이 났다. 몇 년 만에 얼굴도 볼 겸 통영을 찾았다.

이상길 박미영 부부.

마냥 어린아이로 생각했던 학생들은 스무 살이 되어 있었다. 앳된 티를 벗고 여인이 된 미영 씨도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지났나 싶더군요. 미영이를 다시 봤는데 참 예쁘더군요, 여자로 느껴졌습니다."

이후 종종 연락을 주고받던 둘은 그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시 만나게 됐다.

"아내가 선물 이야기를 하면서 책을 사달라고 했어요. 그때 저는 양은순 씨가 쓴 <사랑과 행복에의 초대>라는 책을 읽고 있었어요. 이상적인 남녀 이성 교제, 결혼 후 부부 대화법 같은 내용이었어요. 제가 그 책을 이야기 하니 사달라는 겁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결혼할 사람한테만 이 책을 줄 건데, 나한테 시집올래'라고 했는데요, 아내는 망설임 없이 '네'라고 하더군요."

이때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긴 했지만, 둘 마음속에는 오래전부터 서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미영 씨는 이랬다. "대학생들이 봉사활동 하고 가면 대개 그것으로 끝이잖아요. 이 사람은 계속 관심 두면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막연히 나중에 이런 사람과 결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상길 씨는 시기적으로 좀 더 이전이다. "봉사활동 갔을 때 매사 열심히 하려는 미영이 모습을 보면서, 훗날 내 아내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연애를 시작한 둘은 '선생과 제자' 관계에서 빨리 벗어나지는 못했다. 답답했던 미영 씨가 한날 '선생님 아닌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느냐'고 하면서 편한 호칭으로 바뀌었다.

상길 씨는 마산, 미영 씨는 의령에 있었기에 주로 주말 데이트를 즐겼다. 연애 시작한 지 2~3개월 지났을 때 둘을 엮어준 통영을 찾았다. 이곳 어느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입을 맞추었다. 남녀 관계에 좀 더 엄격했던 둘은 그것으로 결혼 약속을 한 셈이었다. 둘은 그렇게 6년 연애를 거쳐 결혼했다.

상길 씨는 결혼 때 하지 못한 청혼 이벤트를 3년 후 결혼 20주년 때 대신할 계획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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