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63) 충남 금산 십이폭포 트레킹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흐르는 땀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인위적인 바람이 만들어내는 찰나의 시원함은 때론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렇다고 바다와 계곡을 찾아 떠나봐도 사람에 치이기 일쑤다.

계곡이 시작되는 곳, 숲에 들어가서도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폭포는 수고로움을 조금 보태야 만날 수 있는 절경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시원한 폭포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최근 '전국의 유명한 폭포 8선'을 소개했다.

동해 무릉계곡 쌍폭포와 양산 흑룡폭포, 전남 구례 수락폭포 등 한번은 들어봤음 직한 익숙한 폭포 이름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에 십이폭포가 있다는 이야기는 낯설다.

성치산 성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무자치골을 따라 크고 작은 폭포를 만들어낸 십이폭포는 금산의 숨은 명소란다.

십이폭포를 대표하는 죽포동천폭포. /최규정 기자

충남 금산군 남이면 구석리에서 동남쪽으로 2㎞ 시냇물을 따라 골짜기로 들어가면 숲과 층암절벽 사이를 누비며 내리쏟아지는 크고 작은 12개의 폭포.

걷는 내내 옆을 지키는 든든한 친구처럼 폭포가 함께한다면 어떨까.

남이면 구석리 모티마을로 들어가 십이폭포 입구에 닿았다. 도로는 잘 정비돼 있지만 주차장은 협소하다.

가뭄은 완전히 해갈되지 않았다. 찰랑거려야 할 봉황천은 바닥을 보이고 있다.

어떤 폭포는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아기자기하지만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따라 폭포를 하나씩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땀을 쏙 빼는 무더운 날씨지만 적당히 햇볕을 가려주는 숲 속 길에서는 그 느낌이 또 다르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나 잠시 쉬어 몸을 식힐 수 있는 폭포와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레킹에 가까운 완만한 등산길 덕분에 요즘 같은 날씨에도 십이폭포를 모두 만나는 데 별 무리가 없다.

계곡 입구까지 일단 걷는다. 소박한 시골 전경을 뒤로하고 입구에서 5분 정도 오르면 '제1폭포'인 제일폭포를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십이폭포 가운데 첫 번째 있어 '제일폭포'라 이름 붙여졌지만 사실 폭포라 하기엔 살짝 아쉽다.

10분 정도 오르면 만나는 '장군폭포'는 유일하게 성봉이 아니라 장군대좌에서 흘러든 물이 폭포를 이룬 곳이다.

십이폭포를 따라 트레킹하는 모습. /최규정 기자

이어 일주문 폭포와 삼단폭포를 지나면 십이폭포를 대표하는 '죽포동천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파란 대나무처럼 우거진 수목이 맑은 물에 비쳐 마치 수면이 대나무숲처럼 보여 '죽포'이고, 맑은 골짜기 안에 따로 있는 별천지로 신선이 사는 '동천'이라 하여 이름붙여진 곳이다.

폭포 아래에 새겨진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청뢰(晴雷)는 죽포동천폭포가 십이폭포를 대표하는 폭포임을 말해준단다.

높이 20m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가뭄 때문에 그 물줄기는 다소 힘을 잃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낙하하는 물줄기를 보는 것만으로 시원함이 전해진다.

절벽 아래 만들어진 소(沼)는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다.

그늘에 잠시 자리를 잡고 소에 발을 담가본다.

턱턱 차오르던 뜨거운 기운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곳까지는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과 오기에도 어렵지 않다.

땀을 식히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구지소유천폭포, 고래폭포, 명설폭포, 운옥폭포, 거북폭포, 금룡폭포, 산학폭포 등 7개 폭포를 더 만날 수 있다.

5폭포부터는 적당히 너른 쉴 공간과 시원한 계곡이 함께해 어느 곳에서든 물놀이를 즐겨도 좋다.

산행을 마쳤다면 금산의 유명한 인삼이 듬뿍 들어간 인삼삼계탕 한 그릇으로 끼니를 해결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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