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 통근버스의 복잡한 이면

출퇴근 시간대, 시내버스 정류장 아닌 곳에서 사람들 태우고 내리는 관광버스를 종종 보게 된다. 십중팔구는 회사 통근버스다. 일반적으로 통근버스라 하면 외관에 회사 이름이 적혀 있을 법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대체로 전세버스 업체와 계약을 맺어 운영하기 때문이다.

◇전세버스업체가 운영 대행 = 사고가 난 거제 대우조선해양 통근버스 운영 형태를 보면 이렇다. 대우조선해양 통근버스 운영은 거제 소재 전세버스업체 (주)대우투어가 맡고 있다. 여기 대표는 김창규(55) 현 도의원이다. 그는 "현재 대우조선해양 전체 운영 차량은 204대인데, 우리가 보유한 전세버스는 50대 정도"라며 "나머지 부족한 차량은 거제 관내 8개 회사와 다시 계약을 맺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하청에 재하청 형태이며 지입으로도 이어진다. 이번 사고 차량은 대우투어와 계약한 칠성관광이 별도로 밀양 소재 뉴금강산관광과 계약한 것이다. 김 도의원은 "사고 차량은 회사가 다르기에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퇴근시간 통근버스로 붐비는 대우조선해양. /남석형 기자

이용자 처지에서는 같은 통근버스이지만, 결코 같은 게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결국 비용 부담 줄이기로 귀결된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오래전 회사 수송부가 있었는데 떨어져 나가 대우투어로 등록된 것"이라며 "지금은 회사 총무부 직책을 받아 대우투어가 통근버스 운영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실 200대 넘는 차량을 회사가 직접 가지고 운영한다는 게 지금 시대에는 합당하지 않잖은가. 아웃소싱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회사에 따라서는 차이가 있기도 하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통근버스 96대 모두 직접 사들여 STX 소유"라며 "다만 버스기사 관리라든지 운영적인 부분만 별도 계약한 회사가 맡고 있다"고 했다.

한 전세버스업체 대표는 "전세버스는 통근버스로 벌어들이는 게 90%가량"이라고 말했다. 2014년 기준으로 도내서 운영되는 전세버스업체는 모두 145개다. 이들 대부분 통근버스에 참여하고 있다.

경찰에서는 이번 사고 이후 통근버스 현황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대략 1300대가량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원 초과·차량 점검 등 안전 문제 = 이런 구조에서 역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안전 문제다. 거제 사고에서 표면적으로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정원 초과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대형버스는 정해진 정원에서 부득이한 경우 10%까지는 더 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47명 정원이면 4명까지는 더해 51명은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때는 61명이 탑승했다. 대우조선해양 측에서는 "그날 통영 죽림에 있는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굳이 서서 가겠다는 사람을 버스기사가 제지하기도 쉽지 않다는 견해가 있다. 한 전세버스업체 대표는 "버스기사가 그렇게 했다가는 요즘 노동조합에 바로 이야기 들어간다"며 "또한 출발시간대에 따라 사람이 몰리기도 하고, 텅텅 비기도 한다. 결국 경찰에서 강력히 단속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경찰에서는 지난 4일 정원 초과·안전벨트 착용에 대한 강력한 단속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운행차량 증차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전부터 증차 요구를 계속해왔고 현재로서는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사고 직후 거제지역 관계기관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은 204대에서 9월 중 30대 증차, 삼성중공업은 232대에서 10월 중 5대 증차 계획을 밝혔다.

차량 점검 문제도 계속 얘기되는 부분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우리가 수백 대 차량을 일일이 점검하기는 어렵고, 자체적으로 하게 되어 있다. 전세버스 회사들이 그런 걸 잘 지켜줘야 하는데…"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 관계자는 "전세버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정기 점검을 받게 돼 있다"며 "하지만 통근버스 자체에 대한 지도 점검은 없다. 통근버스로 이용되는 전세버스만 해당한다"고 했다.

한편으로 통근버스 운영에서 본사-협력업체 직원 간 차별적 요소는 없을까?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관계자는 "통근버스 운행 불편이 있으면 협력업체 분들도 바로 전화를 주신다"며 "단기간 근무하면서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은 그러한 의견 표출 방법을 모르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 의견 반영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있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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