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정원초과·과속·급제동…불안한 통근버스

지난 2011년 2월 두산중공업 통근버스 3대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가로수를 들이받았다. 다행히 사망·중상자는 없었다. 지난 2013년 1월 통영 굴까기 공장으로 향하던 통근버스가 뒤집히면서 1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오후, 거제 대우조선해양 퇴근길 통근버스가 추락했다.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사망하고 5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통근버스 사고는 잊을 만하면 터졌다. 통근버스에 의지해 일터를 오가는 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콩나물시루 통근버스에서 땀 뻘뻘 흘리며 출퇴근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예전보다는 덜하다지만 여전히 그렇습니다. 특히 조선소 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퇴근길에도 편히 앉아서 못 가는 거죠. 보고 있으면 정말 안쓰럽죠. 그리고 언젠가는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결국 터졌잖아요."

거제 투어 길라잡이로 활동하며 지역 곳곳을 누비는 김영춘 씨 말이다.

통근버스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 거제 사고로 희생된 2명 중 1명의 아내도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한다. 평소 남편과 함께 통근버스를 이용했지만 사고 당일에는 따로 퇴근했다. 아내는 지인 차를 얻어타고 집으로 향했다. 도중에 오후 5시 통근버스 사고 소식을 들었다. 남편이 그 차를 탄 것을 알고 있었다. '제발' 하는 마음이었지만 남편은 세상을 떴다.

/일러스트 서동진 기자 sdj1976@

"사고 며칠 전 휴대전화를 잃어버려서 오후 6시 차를 탄 적이 있는데요, 만약 사고 당일 그랬다면 오후 5시 차를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되고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드네요."

이번 사고 차량은 대우조선해양∼통영 죽림을 오가는 노선이다. 아내 말에 따르면 평소 3대가 운영됐는데 본사 휴가 기간이라 2대만 운영됐다. 47명 정원임에도 61명이 탑승했다. 정원 초과가 문제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운행 차량 감소로 연결된다. 업체 처지에서는 '본사 휴가철이라 이용자 수가 줄었기에', 협력업체 직원들은 '결국 본사 직원 위주 운영'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내는 평소 통근버스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를 전했다.

"아침에는 대부분 앉아서 갑니다. 가끔 1∼2명 정도 서서 가고요. 퇴근 때는 늘 빡빡합니다. 사람 많아도 기사님들은 '타세요, 타세요, 뒤에 차 없습니다'라고 합니다. 이를 보고 남편과 '서서 오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겠다. 그래도 뭐 어떡하겠나'라는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아내는 불안감에 통근버스에서는 눈을 붙이기 어려웠다고 한다.

"회사∼집은 40분 정도 걸려요. 차에서 잠을 깬 적이 한두 번 아니에요. 특히 어느 기사님은 항상 빨리 달리고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몸이 왔다 갔다 할 정도였죠. 이런 불안감은 저만 느낀 게 아닙니다. 주변 동료들도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다른 회사는 더 심한 것 같더라고요. 아는 언니 이야기 들어보니 휴가 기간에 배차를 확 줄였다고 했습니다. 차 앞문 계단까지 서서 오고 그랬답니다. 불만이 터져 나오니 다음날 한 대 증차됐다고 들었고요."

하지만 아내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얘기할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다고 한다. 스스로 '협력업체 직원 말이 반영되겠나'라는 제약을 뒀기 때문이다.

남편 장례를 치른 아내는 당장 아이 셋을 먹여 살려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한 걱정까지 더해졌다. "저도 지금 일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웬만하면 안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데요. 조선소 내에서 남편 보상금 이런 얘기가 다 퍼질 것인데, 제가 그러한 부분을 견딜 수 있겠느냐는 거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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