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 후] 나이 오십부터 글쓰기에 전념한 김준형 선생

자유기고가 김준형(71·창원시 마산회원구) 선생은 폐결핵 투병, 결혼·직장생활, 대학원 공부를 하다 보니 40대가 저물어 있었다. 나이 오십에서야 숨겨뒀던 글쓰기 욕구를 마음껏 분출했다. <구강의 바다> <과거의 우물> <창동인블루> <플라멩코 이야기> 같은 책을 내며 가슴 속 흔적인 '바다' '아버지' '3·15의거 김용실 열사' '마산' '플라멩코' 등을 드러냈다. 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물론 그것이 끝나면 또 다른 쓸거리를 찾았다. 생각·행동 하나하나는 모두 글쓰기를 위한 과정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그가 미국 출판시장에 영문소설을 내놓았다. 'Flamenco Journey(플라멩코 여행)'라는 87페이지 전자책이다. 미국 여성 댄서와 한국 남성 여행자가 플라멩코(스페인 남부지역 안달루시아 전통 민요·춤)로 마음 나누는 과정을 담았다. 그 속에는 한국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실제로 플라멩코 댄서와 10년 넘게 이메일로 연을 이어가고 있으니, 자전적 요소가 바탕이다. 외국 유학 경험이 없는 한국인이 낸 영문 글이기도 하다. 미국 현지 출판사도 이런 여러 부분을 흥미롭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김준형 선생은 <잃어버린 바다를 찾아서>라는 또 다른 영문 글을 준비하고 있다. 매일 마산회원도서관으로 출근해 작업을 이어가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한다. /남석형 기자

김 선생은 그간 준비한 과정에 대해 전했다. "지난 10여 년간 영문 원고 작업을 했습니다. 애초부터 미국 출판시장을 생각했죠. 여러 군데 소개 메일을 보냈지만 종이책으로 출간할 곳이 없어 막막했지요. 인터넷으로 계속 알아보다가 전자책으로 엮을 수 있는 곳을 찾았죠. 그때부터 메일을 주고받으며 준비했습니다. 전자책은 또 다른 형식이 있으니 공부해가며 동시에 등록 작업을 했습니다. 그 또한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20번 정도 거절당한 끝에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작업은 컴퓨터·인터넷으로 이뤄졌다. 익숙하지 않은 그는 젊은 사람들 도움을 많이 받았다. 자주 찾는 도서관에서 주로 작업했는데, 막힐 때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물어가며 하나씩 채워갔다. 그래서 이번 전자책 출간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새로운 길을 스스로 개척한 그는 그리 어려운 과정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글에 뜻있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권한다.

"좁은 국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거대한 미국 시장도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재능 있는 작가들을 너무나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한류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시각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문학적인 도전도 필요한 것 아닐까요."

물론 기본적인 영문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부분을 쌓아왔다.

"도전하고 싶다면 매일 영문 글을 읽고 쓰는 걸 일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공부보다는, 영어로 말하는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는 게 가장 효율적입니다. 상대가 이성이면 더 좋고요. 저는 여기저기 바깥을 많이 떠돌아다녔습니다. 그럴 때 일부러 호스텔을 이용합니다. 세계 다양한 젊은이가 모여 얘기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렇게 그들과 친구가 됩니다. 헤어지고 나서도 메일을 주고받습니다. 일주일에 3~4통씩 읽고 쓰면서 조금씩 훈련되는 거죠. 제가 미국에서 영어 공부를 한 사람도 아니기에 이런 얘길 할 수 있는 거지요."

저작권료는 4개월에 한 번 정산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 판매됐는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는 지금 도전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정말 큽니다. 한 번은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에요. <잃어버린 바다를 찾아서>라는 영문 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일 마산회원도서관에 출근해서 하루 3~4시간 매달리면 반쪽 분량이 나옵니다. 다음날 수정작업하면 그마저도 줄어들어요. 힘든 부분도 있지만 이 시간이 정말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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