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이 나고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는 우리 집 두 아이는 지난주부터 방학을 맞이해 집에서 쉬고 있다. 난 아이들 방학이 시작되기 전부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 방학 때는 아이들과 뭘 하면서 보내야 할까. 뭘 하고 놀아야 아이들 기억에 재밌었다고 남을까. 어딜 가서 뭐하고 놀지가 매일 고민거리였다.

지난해까지 애들 아빠 휴가와 방학 날짜가 비슷해 가족여행을 떠나기도 했었는데 올해는 아빠 없이 온전히 아이들과 나, 셋만 함께하는 방학이기에 더 고민이 깊어졌다. 매일매일 놀거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지난 일주일 동안 물놀이도 하고 동물원도 가고 친구 집도 가고 평소에 등원하느라 가보지 못했던 체험공간이나 즐길 거리들을 찾아서 돌아다니기 바빴다. 혼자서 너무 먼 곳은 못 다니니 창원 주변으로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다 다녀온 듯하다. 정말 나도 아이들도 신나게 놀았다. 일하는 것보다 더 피곤할 정도로. 하지만 아이들이 신나 하니 피곤하다고 집에 있자는 얘기가 쏙 들어갔다. 그래. 놀 때가 좋은 거다. 놀면서도 아이들은 자란다고 하니 열심히 놀자.

근데 요즘 보면 많은 아이가 방학답지 않은 방학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방학 때 학원에 다니면서 학업을 보충하거나 미리 다음 학기를 예습해두기도 한다. 쉬고 놀고 하는 것보다는 공부에 더 집중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방학은 그야말로 수업을 쉬는 것이지만 한자로 풀이하면 공부에서 해방되다, 석방되다는 뜻이다. 수업을 쉬는 것뿐만 아니라 공부를 쉰다는 뜻이다. 방학 동안만이라도 충분히 놀게 하자.

아이들은 놀아도 놀아도 아쉬운가 보다. 밤에 자러 들어가자고 불을 끄려고 하면 딸은 꼭 이렇게 얘기한다. "엄마 이거 안했잖아요. 이거 해야 되는데. 엄마 지금 자기 싫어요. 좀 있다가 자면 안돼요? 엄마 5분만 더 놀게요∼." 놀면서도 더 놀고 싶은 아이들! 방학 동안만이라도 그냥 원 없이 놀게 해주자.

놀면서 느끼고, 놀면서 생각하고, 놀면서 상상한 그 모든 것이 아이들이 자라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이들은 말로 배우는 게 아니라 보고 느끼며 배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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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아이가 즐겁게 놀았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그날 하지 못한 것이 많다고 조바심내지 말자. 아이는 그날 해야 할 숙제보다 그날 해야 할 공부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많이 성장했을 테니까.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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