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이 지역 고유의 맛을 계승·발전시키고자 지난 2월 하동정씨, 풍천노씨, 남원양씨 등 3대 종가 음식 상차림 6종 32개 메뉴를 발굴했다. 신선로·고기산적·황태찹쌀구이·동태구이·호박부적·고추부적·갈비찜·생선구이·삼색전 등이다. 군은 지난달부터는 종가음식 대중화를 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15차례 전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오후 함양읍 군민요리교육관에서 종가음식 교육 두 번째 수업으로 고추부적·호박부적·고기산적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고은정(59) 요리강사는 "종가음식을 일상 음식으로, 현대인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중이다. 집에서 종가음식을 일상식으로 먹고, 함양을 찾는 사람들도 맛볼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부적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다.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은 부적을 '풋고추와 가지를 꼬치에 번갈아 꿰어 국간장으로 간을 한 밀가루 반죽을 묻혀 찐 다음 석쇠에 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꼬치에 채소를 꿰고 밀가루 반죽을 해서 구워내는 음식인 것이다. 호박부적은 호박전에 양념간장을 한 것이다. 호박을 꼬치에 꿰지는 않고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내서 만들었다.

호박을 반으로 자른 후 칼집을 넣는 것부터 요리가 시작됐다. 칼집을 넣은 호박이 모양도 좋고, 양념도 잘 뱄다. 호박을 자르지 않고 다섯 번쯤 칼집을 넣는 일이 쉽지 않아 나무젓가락을 이용했다. 호박 양쪽 끝에 젓가락을 둬서 젓가락이 있는 곳까지 칼집을 넣으니 손쉬웠다. 소금물이 끓을 때 토막 낸 호박을 넣고 살짝 익혔다. 찬물에 호박을 헹구고, 우유, 물, 밀가루를 넣고 섞은 물에 넣었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호박을 익혔다. 일반적인 전보다 훨씬 묽은 형태로 옷을 입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호박에 진간장과 다진 마늘로 만든 양념장을 얹었다. 여기에 다진 잣가루를 뿌려서 호박부적을 완성했다. 노릇노릇한 호박에 양념장과 잣이 맛을 더했다.

<재료> 애호박 1개, 밀가루 2큰술, 물 5큰술, 우유 1큰술, 식용유 약간, 양념장(진간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물(물 900㎖, 소금 100g)

<만드는 법> 1. 애호박은 반으로 길게 잘라 2㎝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5번쯤에서 잘라 토막을 낸다.

2. 소금물을 불에 올리고 끓기 시작하면 토막 낸 애호박을 데친다.

3. 밀가루, 물, 우유를 섞은 물에 호박을 넣어 골고루 묻힌다.

4.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중불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운 다음 양념장을 얹어 낸다.

고추부적은 꽈리고추를 반 갈라서 씨를 빼고 만들었다. 고 강사는 "일본에서 마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이 유행이다. 로컬 음식을 먹고, 재료 뿌리부터 버리는 부분 없이 다 먹는 것이다. 종가 음식도 로컬 푸드로 정성이 대단히 많이 들어가는데, 모양에 조금 치우친 부분이 있어서 버려지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다른 음식에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닭가슴살을 다져서 소금, 후추를 넣고 잘 치대는 게 중요했다. 수분이 부족해 청주를 부어 보충했다. 안쪽에 밀가루를 묻힌 꽈리고추에 닭가슴살을 넣고 4개씩 꼬치에 꿰었다. 호박부적에 썼던 밀가루, 우유가 든 물을 재활용했다. 고추에 이 물을 듬뿍 적셔 구웠다. 담백한 닭가슴살과 살짝 매콤한 꽈리고추가 잘 어울렸다.

<재료> 꽈리고추 20개, 밀가루 2큰술, 물 7큰술, 우유 1큰술, 식용유 약간, 닭가슴살 100g, 소금 1/2작은술, 후추 약간, 양념장(진간장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 1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물(물 900㎖, 소금 100g)

<만드는 법> 1. 고추 꼭지를 떼고 씻어 소금물에 살짝 데쳐 길이를 같게 자른다.

2. 닭가슴살을 다져서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3. 고추를 길이로 반을 갈라 안쪽에 밀가루를 살짝 바르고 밑간한 닭가슴살을 소로 넣는다.

4. 대꼬치에 고추를 4개씩 가지런히 꽂는다.

5. 분량의 밀가루, 물, 우유를 잘 섞어 고추의 겉에 골고루 묻힌다.

6.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중불에서 노릇하게 구워 양념장을 얹어 낸다.

고기를 양념장에 재워둬야 하기에 3가지 요리 중 가장 먼저 하면 좋다. 고기를 얇게 썰어서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양념장이 잘 배도록 칼등으로 두드렸다. 고기와 함께 꿰어 낼 은행을 볶을 때 기름을 조금 두르고 살짝 볶아야 하는데, 기름을 많이 두르고 오래 볶아서 은행이 노랗게 딱딱해졌다. '화산이 폭발했네'라는 평을 들었다. 취재수첩이 기름 범벅이 됐다. 같은 조 파트너로 요리한 연원숙(48) 씨와 꼬치에 고기와 은행을 끼워 요리를 완성했다.

<재료> 채끝등심 500g, 은행 30알, 잣가루 1큰술, 고기 양념(간장 3큰술, 배즙 4큰술, 양파즙 2큰술, 설탕 2큰술, 청주 1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고기는 핏물을 빼고, 재료를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2. 소고기는 불고기감보다 약간 두껍게 썰어 양념장에 30분간 재운다.

3. 은행은 달군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살짝 볶아 속껍질을 벗겨 낸다.

4. 달군 팬에 재워 둔 고기를 넣고 국물이 남지 않게 바싹 굽는다.

5. 구운 고기를 은행과 함께 꼬치에 꿰어 다시 한 번 살짝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6. 접시에 담은 후 잣가루를 뿌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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