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쯤 되는 식당에 하나뿐인 테이블이 있고 생면부지 손님들이 긴 의자 하나에 따닥따닥 앉아 국밥을 먹는, 통영 서호시장 시래기국밥집.

우리 일행이 산낙지와 막걸리를 들고 이 식당에 들어섰을 때 3명의 50대는 시래깃국에 데친 문어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이어 20대 남녀 대학생이 들어와 빈자리를 차지했다.

취기가 있던 50대가 "어디서 왔냐"고 묻자 여대생이 "성남시"라고 말한 뒤부터 이들은 '성남의 딸'과 '그의 남친'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성남의 딸에게 누군가 잔을 건넸고 우리 일행 중 누군가가 다시 막걸리를 건네면서 3팀은 순식간에 한 테이블 일행이 됐다.

오전 10시가 지나는 참인데, 술잔은 계속 돌고 50대들의 문어와 우리가 산 산낙지가 성남의 딸 앞에 놓인 게 언제였는지 기억은 없다.

성남의 딸과 남친은 섬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고 무조건 1박을 빌며 우리는 두 청춘을 위해 건배했다.

비틀대며 성남의 딸이 일어서고 국밥집을 함께 나서는데 이 휴가철에 한 젊은 여성이 죽일 듯한 폭염 속에서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 피켓을 들고 근처에 있었다.

술된 눈으로 피켓을 든 여성을 지켜보는 상황. 성남시가 요즘 무상 복지 문제로 논쟁이 있는 지역이고 '홍준표 지사에게 투표하고 성남으로 이사 간 사람이 가장 나쁜 사람'이란 글을 쓴 적이 있기에 우연히 만난 성남의 딸과 저 피켓의 어떤 조화가 꽤나 강렬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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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걸 말하려는 건 아니고, 휴가철 통영에 오시면 좋은 곳 두루 둘러보시다 4000원짜리 시락국도 맛보시고, 통영사람 정도 느껴보길 바란다는 말이다. 그리고 통영에서도 홍 지사 주민소환을 추진 중인데, 오셨으니 알고나 계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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