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토요 동구밖 생태·역사교실] (5)
[역사탐방]창원향토자료전시관∼함안박물관
[생태체험] 의령 잣나무숲길∼충익사∼의령천

불꽃무늬토기·아라홍련…직접 보고 느낀 역사

[역사탐방] 창원향토자료전시관∼함안박물관

태풍으로 날씨가 고르지 못한 7월 역사탐방은 가까운 실내로 장소를 정했다. 지난달 18일 회원큰별·안영·정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먼저 간 곳은 주남저수지가 있는 창원향토자료전시관이다.(이동·샘바위·자은 지역아동센터는 함안박물관 먼저 탐방) 다른 공립 박물관·전시관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어느 곳보다 아이들이 열광하는 곳이다.

여기 전시돼 있는 물건들은 공립 박물관 유물들보다 좀 더 친숙하다. 할머니·할아버지집에서 한 번은 본 듯한 것들은 아이들의 눈길과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제는 시골에 가도 다들 집을 신식으로 뜯어고쳐서 옛 물건을 보기가 쉽지 않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건들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은 퍽 높은 편이다.

지난달 18일 토요 동구밖 역사탐방교실을 함께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풍금을 두고 피아노라 하는 아이에게 그게 아니라 풍금이라 하자 '풍금'이라는 낱말을 굉장히 낯설어한다. 피아노라는 영어 발음보다 '풍금'이라는 우리말이 주는 정겨움도 이제는 시절을 따라 사라져 간다. 재봉틀을 돌려보고 컴퓨터 자판기 같은 타자기를 재미있게 눌러보는 친구들의 표정이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모양들이다.

인두를 두고 프라이팬 같다는 친구도 있고, 꽃이 꽂혀 있는 요강을 보며 꽃병이라 하는 친구도 있다. 박정희·육영수 모습이 담겨 있는 달력 밑에 적힌 '새정수회'가 무슨 뜻인 줄 아느냐 물었더니 "'바를 정'에다 '지킬 수'를 합해 바른 것을 지키자는 뜻"이라고 기막히게 해석하는 친구도 있었다. 다들 전통놀이를 한바탕 유쾌하게 즐긴 분위기다.

옛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는 창원향토자료전시관.

점심을 먹으러 옮겨가는 버스 안에서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전시관을 만드신 분이 박정희 대통령을 무척 좋아하시는가 봐요." 그렇게 물을 법도 하다. 전시관 양해광 관장은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했으며 박정희 열혈 팬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전시관은 박정희 사진과 그때 그 시절 얘기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리 근·현대사의 국면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사진을 찍고 자료를 모아온 양 관장의 열정과 물건들의 소중함에 비긴다면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 해야 하지 싶다.

점심은 소고기로 만든 뚝배기 불고기로 먹었다. 오래간만에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역사탐방을 다니다 보면 움직이는 장소가 한정적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아이들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준비하지 못할 때도 있다. 늘 좋은 것, 맛있는 것만 먹고 살 수야 있겠느냐만은 그래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니 어찌나 마음이 가볍고 즐겁던지…. 역시 잘 먹고 잘 노는 게 최고다.

마지막으로는 함안박물관을 찾았다. 함안박물관은 지금이 가장 좋다. 아라홍련이 그윽한 자태로 한창 피어나는 때이다. 여느 연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빛깔이나 용모가 한결 기품이 높다. 이렇게 느낄 수 있는 사람들에게 더없는 흥그러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함안성산산성에서 발굴된 700년 전 고려시대 씨앗에서 피어난 꽃이다. 아이들이야 그런 빛깔 구분보다는 700년 전 연꽃이라는 사실에 더 신기해하지만.

함안박물관은 앞쪽 너른 광장이 참 밝고 화사하다. 광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을 먼발치서 바라보노라면 마치 한 폭 그림 같다. 여기 찾아온 아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뭐니뭐니 해도 불꽃무늬토기이다. 이번에도 아이들은 불꽃무늬토기를 좋아했다.

함안박물관 하면 불꽃무늬토기! 그에 더해 고려시대 씨앗에서 태어난 아라홍련. 이 둘만 알아도 아이들은 정말 유식한 것이다. 이런 부담 없음을 아이들은 좋아한다. 너무 많이 담으려 하면 흘러넘쳐서 담겨 있던 것마저 사라질 수 있다.

가는 곳마다 아이들 마음에 한 가지씩만 분명하게 새겨진다면 정말 훌륭한 역사탐방이다.

산책로 따라 핀 꽃에 호기심 가득

[생태체험] 의령 잣나무숲길∼충익사∼의령천

7월 18일 날씨가 절묘했다. 일기예보는 비가 쏟아진다느니 태풍이 불어닥친다느니 했지만 아침에는 살짝 흐렸다가 낮이 되면서 좀더 맑아졌다. 바깥에서 걷고 뛰고 노닐기 딱 좋은 날씨였던 것이다. 먼저 아이들과 더불어 잣나무숲길을 걸었다. 가례면 쪽에서 의령읍 쪽으로 의령천 물길을 따라 만들어져 있는 산책로다. 한가운데 우레탄이 깔려 있는데 5~6m 높이 잣나무가 양쪽에 심겨 있어 햇볕을 받지 않으면서 걸을 수 있는 푹신한 길이다.

오른편으로 펼쳐지는 천변 풍경도 나쁘지 않지만 길 그 자체로만 봐도 썩 훌륭하다. 길섶에 나 있는 달개비·개망초·민들레 같은 풀들은 잣나무와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회원한솔·샘동네·옹달샘·느티나무·어울림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뜀박질도 하고 가다가 멈춰서 길섶 풀들에 눈길을 던지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 얼굴에는 웃음이 한 뼘 달려 있고 그런 아이들 손을 잡은 채 걸어가는 지역아동센터 한 선생님도 그늘이 자못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참 그럴듯하네요. 도대체 이런 길을 어떻게 찾아냈어요?"

500m 남짓 이어지던 잣나무숲길이 끝나는 자리에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다. 아이들과 선생님 구분없이 우르르 몰려간다. 뛰어가면서 쿵쾅쿵쾅 내딛는 걸음에 가득 힘을 실었다. 구름다리가 조금이라도 더 출렁거리도록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두 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굴러대는 아이들 덕분에 구름다리가 또 한 번 제대로 출렁댄다. 이렇게 웃음과 탄성이 터지는 옆에는 조심조심 발걸음도 있다. 살짝 무서운 기분이 드는 바람에 선생님 손을 잡은 조막손에 힘이 좀더 들어가기도 하지만 얼굴에 웃음기는 그대로 묻어 있다.

구름다리에서 내려서면 바로 충익사다. 충익사가 어떤 데냐 하는 설명은 타고오는 버스 안에서 마쳤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나라 최초 승전의 주인공 홍의장군 곽재우와 그 부하 장수들까지 열일곱 영령을 모시는 사당이다. 충익사 뜰은 나무가 참 좋다. 1978년 12월 22일 치른 충익사 준공식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도 참석했다. 그때 그이가 기념으로 심은 나무도 있다. 이렇게 대통령까지 참석한 때문인지 충익사 뜰을 조성할 때 의령에서 좋고 오래된 나무들을 많이 가져다 심었다. 감나무·모과나무·배롱나무·주목 등등이 그렇다. 이밖에 대나무도 그럴듯한 풍경을 안겨준다. 이런 가운데를 헤집고 다니면서 아이들은 미션 수행을 했다. 충익사 뜨락 이런저런 나무 이름을 알아보고 그 특성이나 성질도 함께 새겨볼 수 있도록 하는 문제를 아이와 자원봉사 선생님이 함께 풀어보는 것이다.

의령천 물길 따라 만들어진 산책길을 걸으며 풀들을 관찰하는 아이들.

의령 읍내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곧바로 의령천 물놀이장을 찾았다. 물이 깊이도 적당하고 넓이도 충분한 데다 위험해 보이는 구석도 없었다.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 선생님 말씀을 따라 가볍게 준비운동을 한 다음 물 속으로 들어갔다. 웃고 고함 지르는 소리도 끊이지 않고 첨벙 텀벙 물소리도 제법 난다.

아이들과 물은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은 깨끗하다. 아이들도 그렇다. 물은 맑다. 아이들도 그렇다. 물은 쉽사리 더러워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물과 썩 잘 어울리는 사이다. 지금처럼 더운 여름이면 더욱 더할 나위 없다.

한 아이가 물에서 바깥으로 걸어나오는데 추운 때문인지 입술이 파랗다 못해 거무죽죽하다. 그러면 질릴만도 하련만 그늘을 벗어나 몸을 데우더니 곧바로 다시 물에 들어간다. 이를 지켜보던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 한 명이 "참 좋은 데를 골랐네요. 지리산 골짜기 들어가도 이만한 데 없어요" 했다. 의령천 좋은 물가에서 지역아동센터 즐거운 아이들이 한나절 잘 놀고 돌아왔다.

※이 기획은 두산중공업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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