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97) 지리산애완곤충농원 임수연 대표

사람마다 다르지만 곤충을 거리낌 없이 만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곤충을 손바닥에 올려서 뒤집어 보며 애지중지 키우는 사람이 있다. 자칭 '함양곤충아가씨'라는 임수연(37) 대표다. 함양군 안의면 용추계곡로에서 지리산애완곤충농원을 운영하는 임 대표는 남들에겐 징그러운 곤충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보물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장수풍뎅이·사슴벌레 천국 곤충농원 = "농장에 왔으니 아이들의 시선으로 따라와 보시죠. 여긴 곤충전시관입니다.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를 비롯해 나비, 매미, 외국에서 들여온 곤충 등 다양한 표본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100㎡ 정도 된다는 전시관에는 크기도 다양한 곤충에서 종류도 많아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더구나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표본 틀은 그의 세심함이 느껴진다. 곤충 전용 유리온실로 향한다. 80평 유리온실에서는 곤충의 생활사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곤충이 안 보인다.

"지금은 한낮이라 나뭇잎 뒤나 땅속에 숨어 있습니다. 밤이면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네요. 자 이제 곤충사육실로 가 볼까요."

곤충사육실에 들어서자마자 뭔가 툭 떨어진다. 사슴벌레가 사람을 놀래주기라도 하듯 높은 곳에 앉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것뿐이 아니다. '탈출'에 성공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가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다. "둥근 병 속에는 애벌레들이 자라고, 사각으로 된 통에는 성충이 삽니다. 뚜껑을 덮어 뒀는데 워낙 힘이 세니 탈출합니다." 그러고 보니 사각 통 이곳저곳에서 뚜껑이 열려 있다. 임 대표는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두 종만 키우는데 사슴벌레 중에서는 넓적, 왕, 애, 톱, 홍다리 사슴벌레 등 다섯 종류가 있단다.

지리산애완곤충농원 임수연 대표가 농원 내 곤충전시관에서 나비, 매미 등 다양한 곤충 표본들을 소개하고 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표본 틀은 임 대표의 세심함을 잘 드러낸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20대 여성, 사슴벌레 만난 사연 = 임 대표는 원래 곤충을 좋아했을까? 20대 여성이 곤충을 기르기 시작한 사연이 궁금했다.

함양은 아버지 고향이지만 임 대표는 거창에서 나고 자랐다. 그렇게 학교를 마친 임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사슴벌레를 접하게 됐다. 그때가 스물여덞 살 때다.

"'히틀러' 같은 아버지 영향 때문입니다. 아빠가 아이템을 줬죠. 가족회의에서 다 괜찮다고 생각했고, 내가 적임자라고 해 맡게 됐습니다. 처음엔 애벌레를 못 만져 숟가락으로 퍼 날랐습니다. 고함도 질렀죠. 이젠 만지는 요령도 생겼고, 징그럽다는 생각은 없어요."

처음부터 이 일이 싫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이템이 좋았던 데다 튀는 것 좋아하는 성격에 '남들 안 하는 것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함양읍에서 1년 동안 곤충을 길렀습니다. 그런데 인근에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온다고 해 더는 그곳에 있을 환경이 안 됐습니다. 부랴부랴 장소를 물색해 2006년 이곳으로 이사왔죠."

당시엔 곤충을 키우기만 해도 판매가 됐단다. 인터넷이나 전화로 주문이 많았다고 했다. 그런데 1∼2년 지나니 찾는 사람이 없었다. "한 번 키워본 아이들이 다시 키우지 않았기 때문이죠. 아이들은 땅 위에서 움직이는 곤충을 관찰하길 원하는데 오랫동안 땅속에서 애벌레 과정을 거치다 보니 흥미를 잃는 것이죠."

그런데 어떻게 곤충 기르는 일이 고소득이 될까? 그는 생태체험교육이 비결이라고 말한다.

◇연 2만 명 찾는 교육장, 아이들 곤충 기억하려면… = "함양·거창은 물론 진주와 대구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봄부터 체험학습을 많이 옵니다. 더구나 농장 입구에 산촌유학교육원이 있어 교육원에 입교하는 초등생들도 체험학습을 합니다. 교육원 초등생이 연간 6000∼8000명, 일반관람객 5000명, 어린이집 원생 등 5000명쯤 될 겁니다. 올해 2만 명이 목표였는데 메르스 여파로 차질이 생겼네요."

임 대표는 입장료·체험학습료가 연간 5000만 원쯤 된단다. 이 5000만 원은 그대로 순수익으로 연결된다. 곤충 먹이로 톱밥과 토마토를 주는데 농장에 토마토를 심어 자급자족한다는 것. 또 톱밥도 최대한 자가공급하고 있다.

"2년 동안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그런데 관람객들이 '공짜'이다보니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수익이 있어야 했고요. 가족회의 끝에 입장료 1000원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유료화 이후 아무래도 신경을 더 쓰고 하니 '좋더라'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입장료를 3000원 받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만들기와 그리기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이 부모에게 보여주는 평가물일 뿐 아이들에겐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폐지했다. 대안으로 '옷을 더럽혀가며 사슴벌레도 실컷 만져보고, 또 벌레에게 물려보기도 하면서 애들이 질리도록 놀 수 있게 하겠다'라고 약속했단다. "처음엔 긴가민가하던 선생님과 엄마들이 제가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곤 안심하더군요. 사실 아이들을 곤충과 친하게 하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요. 지금은 선생님들이 다른 유치원 등으로 연결해 줘 어린이들이 꾸준히 찾고 있습니다."

임 대표가 농원을 찾은 어린이에게 곤충을 보여주고 있다.

임 대표는 아이들이 곤충과 친해지려면 부모가 곤충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체험장에 들어가기 전 부모에게 먼저 당부한다. '부모가 먼저 곤충을 만져야 아이들도 따라한다'고 했더니 어떤 엄마는 바들바들 떨면서 손바닥에 올리곤 한단다.

◇날아다니는 장수풍뎅이, 농민들 '기겁' = 임 대표가 이곳에서 자리 잡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컨테이너 하나만 가지고 논 한가운데로 이사를 와 전시실과 방이 필요했습니다. 그 일을 하느라 곤충을 정리할 새가 없었죠. 밖에 수북이 쌓아뒀는데 자연번식해 밤이면 인근 논으로 날아들고 하니 민원이 생겼습니다. 군청 공무원이 달려와 불법이니 나가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곤충사업이 합법적이란 것을 알고 오해를 풀었습니다. 또 주변이 논이라 항공방제를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비상이 걸렸죠. 요즘은 농약 살포 전 연락이 옵니다. 더구나 농장 뒤쪽으로는 몇 년 전부터 친환경 재배단지가 돼 농약을 안 쳐 저에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장수풍뎅이 수컷.

임 대표는 농민들과 친해지려고 총무를 맡아 할머니들과 가깝게 지냈다. 그런데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란다. '주워온 딸'이라는 것. 임 대표는 "할머니들이 직접 물어봤으면 궁금증을 풀어 드렸을 텐데 제가 상처받을까 봐 말을 못했던 것이지요. 주워온 딸이라 매일 집 짓기 등 힘든 일을 시켜놓고 엄마는 차 몰고 밖으로 놀러 다닌다는 황당한 얘기였습니다."

'이상한 벌레'에서 '주워온 딸'까지 오해가 풀리자 할머니들이 이제 든든한 우군이 됐다고 말한다. "요즘은 할머니들이 다니시다 사슴벌레 등을 발견하면 주워오기도 합니다. 또 어떤 할머니는 애벌레가 나오면 전화를 합니다. 얼른 가져가라고요."

임 대표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한다. 바로 식용곤충이다. 누에 등을 길러 환으로 가공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여기에다 작은 쉼터도 하나 지을 계획이다. 체험객이 와서 마땅히 쉴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했다. 지금이 딱 장수풍뎅이가 날아다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밤에 전등 하나만 켜 두면 장수풍뎅이가 날아옵니다. 자기들끼리 내는 소리가 있기 때문이죠. 함양곤충아가씨와 장수풍뎅이를 만나 여는 야간 축제인 셈입니다. 이건 나 혼자 즐기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함께 즐기고 싶다면 누구든 찾아오세요. 환영합니다."

<추천 이유>

◇경남도농업기술원 강소농지원단 농촌관광전문가 최정호 = '지리산 애완곤충농원' 임수연 대표는 '자연은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를 모티브로 농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곤충 전시장의 표본 및 전시품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채집해 만들었으며, 현재 곤충농원으로 운영하기까지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한 흔적들이 농장 구석구석에 묻어납니다. 이러한 세월과 노력은 여느 대규모 곤충박물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노력하는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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