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51차례 캠핑, 자연에서 뛰노는 아이들, 야영하며 만나는 사람들...캠핑의 참맛 '추억·인연'

김우정(34·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씨는 남편과 자녀 셋을 둔 가정주부다. 우정 씨 가족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평범한 가족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캠핑가족'이란 것이다.

우정 씨 가족은 지난 2013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2년간 모두 51차례 캠핑을 다녀왔다. 한 달에 두 번은 집을 떠나 산과 계곡 등에서 생활한 셈이다. 여러 번 다녀온 곳을 빼고도 약 스무 군데 캠핑장을 돌았다.

1년에 한 번 가기도 힘든 캠핑을 한 달에 두 번, 특히 여름철에는 거의 주말마다 다니게 만드는 캠핑의 매력은 어디에 있는 걸까.

"저는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 캠핑을 다녔어요.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캠핑장이란 개념은 없었잖아요. 가족들과 계곡에 놀러 갔다가 평평한 공간이 있으면 텐트를 치고 하룻밤 자고 왔어요. 계곡 물에 씻고 밥 해먹고.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그랬죠. 저에게는 익숙했어요."

김우정 씨 남편 김영돈 씨와 아이들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다.

우정 씨는 지난 2007년 결혼한 후로 이 익숙한 일과 멀어졌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임신했다. 출산한 후에는 육아에 집중하느라 다른 일을 할 엄두도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2년, 3년 터울로 둘째, 셋째를 가졌다. 셋째를 데리고 밖으로 다닐 수 있게 된 즈음에 캠핑붐이 일었다. 우정 씨 마음 한편에 먼지 쌓여 있던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캠핑'.

"남편은 활동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야구 보는 거 좋아하고. 제가 캠핑을 하고 싶다고 했어요. 남편은 캠핑 경험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야외 생활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걸 가지고 있었죠. 때마침 남편 직장 동료들 중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 거기에 한 번 따라가봤죠."

어떤 일에 대한 좋고 싫음은 첫 경험이 좌우하기 마련이다.

"괜찮았나봐요. 아이들도 즐거워 하고, 숲 속에서는 낮과 해 진 후 느낌도 다르잖아요. 가족끼리 와도 괜찮겠다 생각한 것 같아요."

우정 씨와 아이들. /강해중 기자

이후 우정 씨 남편 김영돈(37) 씨는 장비를 하나씩 갖춰나갔고, 지인들과 함께 캠핑을 몇 번 다녀왔다. 이 일에 적응했다 싶을 쯤부터는 가족끼리 여기저기 찾아 다녔다.

"동호회나 인터넷 카페가 많아요. 같은 장비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 또는 같은 지역 사람들끼리 모여요. 전혀 몰랐던 사람들과 함께 야영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인맥도 넓어졌어요. 이들을 만나기 위해 멀리 강원도나 충청도까지 차를 몰고 가기도 해요."

어제까지 생판 남이었던 사람들, 전혀 다른 직업,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같이 밥을 해먹고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사방이 탁 트인 야외에서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은 활짝 열린단다. 우정 씨는 "캠핑이 아니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을 피우는 영돈 씨와 아이들.

남편은 캠핑 마니아가 됐다. 블로그를 시작했고 지금은 캠핑족 사이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제는 영돈 씨가 먼저 나서서 캠핑을 떠나자고 한단다. 아이들 역시 캠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힘든 줄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논다. 심지어 막내는 캠핑 다녀 온 후 피곤할 법도 한데 목욕할 때 '엄마, 씻고 또 어디로 캠핑 가?'라고 물을 정도라고.

우정 씨는 아이들과 약속했다. 아이들이 독립하기 전까지는 주말마다 함께 캠핑을 가기로. 남편과도 약속했다. 텐트를 칠 수 없을 만큼 나이가 들면 캠핑카를 한 대 사서 다니기로.

우정 씨 가족은 지난 1일 또 캠핑을 떠났다. 이번에는 제법 긴 일정이다. 영돈 씨의 여름휴가 기간 일주일 내내 캠핑장 세 곳을 다녀올 생각이다. 우정 씨 가족은 이번 여행에서도 몇 개의 추억과 또 몇 명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올 것이다.

영돈 씨와 세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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