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서 알게 돼 만남, 스물 다섯-여섯 젊은 나이에 믿음으로 선택한 혼인신고

사천에 사는 20대 중반 부부가 있다. 아내 류송이 씨는 스물다섯, 남편 정혜남 씨는 스물여섯이다. 요즘 평균 결혼 나이와 비교하면 빨리한 편이다. 결혼준비를 위해 시간을 늦출 수도 있었지만 둘은 함께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아무 준비 없이 사랑 하나만으로 지난해 혼인신고를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둘은 그 선택이 옳았다고 확신한다.

둘은 인터넷 카페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스무 살 여자는 천안에서, 스물한 살 남자는 부산에서 대학 다닐 때였다. 전화통화·메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사진도 주고받았다. 어느 날 남자가 직접 만나자고 했다.

"군대 후임 만나러 천안 갈 일이 있는데, 그때 얼굴 한번 보자."

물론 그냥 만나자고 하기엔 멋쩍었기에 둘러댄 핑계였다. 둘은 그렇게 처음 마주하게 됐다. 인터넷에서 알게 돼 실제 만났을 때 실망하는 경우도 많은 법. 둘은 달랐다. 그 느낌 그대로였다.

여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남자들은 참 철없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 사람은 나이에 비해 참 어른스럽고 편안하네.'

정혜남(왼쪽) 씨와 류송이 씨.

남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거기에 더해 상냥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호감을 더했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부산~천안은 차로 4시간 거리였지만 주말마다 만났다. 장거리 연애에서 장점도 있다지만, 늘 곁에 있고 싶은 둘에게는 단점밖에 없었다.

대학 졸업 후 여자는 천안에서, 남자는 사천에서 직장을 다녔다. 이미 양가 어른에게 인사도 드리며 결혼을 전제로 한 사이로 발전했다.

어차피 할 결혼, 떨어져 있지 말고 빨리 합치자는 결심을 했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라 결혼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았다.

양가 어른들이 "정 너희 마음이 그렇다면 우리가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둘은 "손 벌리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둘은 지난해 혼인신고를 하고 사천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여자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남자만 보고 사천으로 왔다. 남자가 그만큼 많이 챙겨주고 잘했기에 후회 같은 건 없었다. 여자네 집안에서도 남자에 대한 그런 신뢰가 있었기에 사천행을 허락한 터였다.

둘은 맞벌이를 하며 알뜰히 생활했다. 살림살이를 하나씩 채워갔다. 전셋집도 마련했다. 각오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다가온 현실이었다. 이젠 결혼식을 올려도 충분하다 싶었다. 만난 지 1400일째 되는 10월 10일을 결혼 예정일로 잡았다.

사천 신혼생활을 시작할 때 둘 역시 옳은 결정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어린 나이에 패기만 믿고 일 벌인 건 아닌지 불안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사랑과 믿음으로 결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아내 류송이 씨는 남편 정혜남 씨에게 깜짝 선물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신문 지면을 통한 프러포즈다.

'수많은 사람 수많은 시간 속에 하나의 점을 찍고, 그 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 속 당신은 어제보다는 오늘 더, 오늘보다는 내일 더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었어요. 당신의 변치 않은 모습에 늘 감동하고 또다시 반하곤 합니다. 우린 이미 부부이지만 10월 10일 우리가 꾸민 결혼식을 앞두고 이 기사를 보시는 수많은 사람 앞에서 프러포즈할게요. Will you marry 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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