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요. 이임호 간디고등학교 교사가 최근 <소소책방 책방일지>(소소문고)에 쓴 '책 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스무 가지 단상'의 한 대목을 소개할까 합니다.

"심리적인 건강을 위해서 독서가 얼마나 유용한지 생각해볼 수 있다. 책의 좋은 점은 마음을 위로하고 위안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일이다. 슬픈 일, 괴로운 일을 겪을 때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며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츰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에 담긴 내용보다도 읽기라는 행위가 아픈 마음을 매만져주는 것 같다. 읽는 행위 속에는 분명 신비한 치유력이 있다. (… …) 말없이 지내고픈 욕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나누기를 갈망하는 욕망, 그 사이에 책이 있다."

그렇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치미는 분노를 어쩌지 못할 때, 서러움이 복받칠 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에 닥쳤을 때, 타인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찾아 읽으며 위안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내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굳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책을 읽고, 남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세상에 아무런 불만 없이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사람도 굳이 책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저는 그래서 책 읽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자각하고 채우려는 자세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같은 이유에서 <피플파워> 독자 여러분께 무한한 사랑과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번호에 실린 김해 오복당서점 이수복 씨는 편리한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장에서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다 우리 서점에 올 고객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는 마트 안 대형서점의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이렇게 단언합니다.

"장사 논리를 앞세워 책을 구비하는 곳이죠."

그렇습니다. 대형마트는 전 국민의 소비행태와 생활양식을 획일화시키고, 대형서점은 잘 팔리는 책만 더 잘 팔리게 만들어 전 국민의 사고와 정신까지 획일화시킵니다. 팔리지 않는 책은 금방 자리를 비워야 하는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서점은 그런 책에도 기회를 줍니다. 팔리지 않고 몇 년을 자리만 차지하더라도 이 책이 꼭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내어준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역공동체 정신이고 문화의 다양성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이미 서울·부산의 각 구청과 부천·성남시 등 각 지자체와 서울시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지역서점 도서구매 정책과 더불어 지역출판물 우선 구매 정책이 경남에서도 시행되면 좋겠습니다. 전통시장 살리기에 드는 예산의 몇 퍼센트만으로도 가능한 일입니다.

저는 지난 7월호 이 지면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지역 출판이 없으면 지역 콘텐츠도 없습니다. 지역 콘텐츠가 없으면 정신문화도 사라집니다." 지역서점 역시 단순한 판매시설이 아니라 문화공간입니다. 각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 대학이 나서 공공도서관은 물론 학교도서관, 마을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도서구매를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의 문화공간과 정신문화가 살아납니다.

이번호에도 경남의 각 분야와 일터에서 지역공동체를 살찌우기 위해 노력하고 헌신하고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지혜와 위안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특히 ㈜다린 김정수 회장의 입지전적 이야기와 '거창 이수미팜베리' 이수미·박창구 부부의 성공 정착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또 톱 연주자 진효근 씨와 돌아온 광대 노정욱 문화예술협동조합 예술나무 대표의 파란만장한 삶도 흥미롭게, 하지만 가슴 아파하며 읽었습니다. 요즘 흔히 들판에서 볼 수 있는 황새와 두루미, 학, 백로, 왜가리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친절하게 일러준 윤병렬의 생태이야기도 읽어둘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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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사과 말씀 올립니다.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와 공동기획으로 연재해왔던 '언니에게 듣는다! 여성노동자들의 살아있는 역사' 시리즈는 이번호에 싣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이와 일정 조정에 여의치 못해서였는데요. 기다리고 계실 독자님들께 죄송합니다.

편집 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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