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황강 체험 팸투어, 주부·블로거 등 17명 참여…아이들 놀기 안성맞춤, 영상테마파크도 볼거리

'노는 물이 다르다. 색다르게 즐겨라!' 합천군이 이번 여름 8월 16일까지 황강 일대를 물놀이 관광상품으로 꾸미고 내건 표어다. 실제 체험해 보기 전에는 그냥 한 번 해보는 말인줄 알았다. 이틀 동안 황강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 속에 들어가 놀아보니 정말 노는 물이 달랐다. 풍덩 몸을 통째로 물에 담갔을 때는 이런 찌는 더위에도 입술이 파래질 정도였고 강변 흐르는 물에다 다리를 집어넣었을 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발목이 시려질 만큼 차가웠다.

경남도민일보 자회사로 문화사업을 주로 벌이는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지난 25~26일 1박2일 일정으로 '합천 황강 체험 팸투어'를 진행했다. 창원권과 진주권 '맨파워 있는 주부'와 경남과 부산에서 활동하는 블로거 등 17명이 함께했다.

ATV(전지형 자동차, 어떤 지형(地型)에서도 달릴 수 있는 사륜오토바이 = 시골 할매·할배들이 타고 다니는 네 바퀴 차를 뻥튀기한 정도) 타기와 서바이벌게임에서부터 황강 래프팅까지 합천의 명물 황강과 그 주변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들을 했고 로컬푸드를 비롯해 합천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먹을거리들도 누렸다.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은 황강수중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등 제2회 황강레포츠축제도 진행 중이어서 이 또한 그럴듯한 구경거리가 됐다.

합천읍 들머리 황강변 옐로 리버 비치에는 여러가지 물놀이 시설이 조성돼 있다.

합천군은 합천읍 들머리 황강변에 옐로 리버 비치(Yellow River Beach)라는 물놀이장을 조성해 놓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황강은 정말 물이 다르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지리산 골짜기조차 물이 미지근하지만 황강물은 시릴 정도로 차다. 상류 합천댐 햇빛을 받은 표층 물이 아니라 아래 햇빛을 볼 수 없는 심층 물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원한 정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다르다. 바로 이렇게 찬 물이 합천 황강 물놀이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발만 담가도 그냥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것이다.

옐로 리버 비치, 우리 말로 하면 '황(黃)강(江)모래사장'쯤 되겠는데 여러 가지 물놀이 시설이 들어서 있다. 황강레포츠공원에서 8월 16일까지 운영되는데 물론 돈을 내야 한다. 안에 들어가 전후좌우로 데굴데굴 구르면서 모래밭으로 내려가는 커다란 공도 있고 흐르는 물과 더불어 미끄러져 내려가는 시설도 있고 아이들 놀이터처럼 꾸며놓은 데도 있고 뛰어내리고 튀어오르고 하도록 만드는 물건도 있다. 돈이 들기는 하지만 한나절 아이들이 재미나게 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물론 황강레포츠공원에는 돈을 내지 않아도 들어가 시원한 물과 더불어 놀 수 있다. 시설을 사용하는 데만 돈이 드는 것이다.

합천은 황강이 규정한다. 여러 가지 놀이시설도 황강 그 둘레에 꾸며져 들어서 있고 자연생태도 황강 그 자체이거나 그 둘레에 있다.

그 으뜸은 아무래도 정양늪이다. 여름날에는 해뜨기 전 아침이 좋다. 물안개가 수북하게 쌓였다가 걷혀나가는 모습이 이채롭고 조용한 가운데 수련·노랑어리연·억새·갈대·부들·속새·줄 따위 흔들리는 모습이 그림 같다. 멀리서 붉게 꽃을 피운 연들도 그럴 듯하고 초록빛으로 몽글몽글한 버들들도 보기 좋다. 길을 따라 걸어가면 언제나 물이 흘러넘치는 징검다리도 있고 꾸민 티가 별로 없는 흙길도 제법 거닐 수 있다. 정양늪의 가장 큰 미덕은 사람들 모여 사는 곳에서 아주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합천읍내에 바로 붙어 있어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쉽사리 찾아갈 수 있다.

더불어 황강래프팅도 꼽을 수 있겠다.(모아레벤트) 이번 팸투어 일행은 합천댐 아래에서 2km 남짓 래프팅을 했다. 래프팅은 박진감·긴장감 이런 느낌과 관련이 깊은데 황강은 이를테면 산청 경호강처럼 흐름이 아주 빠르고 물살이 거세지는 않다. 그렇다고 물벼락을 맞거나 물에 빠지는 즐거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업체에서 알아서 장만해 준다. 편을 갈라 누가 빨리 가는지 또 흘러내려가며 군데군데 물싸움을 벌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황강래프팅의 남다른 즐거움은 조용한 흐름에 있는 듯하다. 물살이 빠르지 않은 데에 머물러 먹고 마시고 하면서(배를 타고) 놀 수 있는 조건이 된다. 강변 이쪽저쪽 왕버들 우거진 풍경과 깎아지른 듯 다가오는 절벽 따위 경치가 안겨주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하다. 내려오는 내내 일행들은 그런 풍경에 탄성을 내질렀다.

팸투어 일행은 합천댐 아래에서 2㎞ 남짓 래프팅을 즐겼다.

배를 타는 지점 있는 공원에는 이주홍어린이문학관이 있는데 이 또한 나쁘지 않다. 합천 출신 이주홍은 창원 출신 이원수 못지않게 우리나라 어린이문학에서 대단한 인물인데 여기 문학관은 그에 걸맞게 잘 차려져 있어서 지나는 길에 한 번 들러볼만하다.

합천댐 바로 아래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여름을 맞아 고스트 파크(Ghost Park)로 변신했다.(유료) 우리나라 여러 영화·드라마를 촬영한 세트장이 통째 귀신들 소굴로 바뀌어 있다.(~8월 16일) 요즘 귀신들은 별로 무섭지 않다. 그냥 '아이 깜짝이야!' 하고 놀라게 하는 정도로 그친다. 사람들은 합천영상테마파크 곳곳에 출몰하는 귀신들과 더불어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며 심지어는 게임을 하면서 즐기기까지 한다.(물론 제법 무섭게 하는 곳도 없지는 않다.) 밤 10시까지 하는데, 아무래도 해가 지고 나서 찾으면 무서운 정도는 더하겠지.

합천댐 둘레에는 합천 임란 창의사(임진왜란을 맞아 의병을 일으켜 왜군과 싸운 이들이 옛적 합천에 엄청나게 많았고 창의사는 그이들을 한데 모아 기리는 시설이다.)가 있고 그 바로 뒤쪽에는 서바이벌게임과 ATV 타기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다.(화랑레포츠) 지난해 들어섰는데 캠핑장을 겸하고 있다. 한 시간 남짓 즐긴 일행들은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해 보니까 묘한 재미와 즐거움이 있더라 했다. '어른들이 무슨 총싸움 놀이야?' 여겼다는 이는 "군복으로 갈아입고 물감총알이 터지는 총을 잡는 순간부터 알 수 없는 긴장감이 생기더라" 했다. '자동차보다 빠르지도 않은 ATV가 무슨 재미야?' 생각했다는 사람은 "달리면서 물방울을 튀기고 언덕배기를 올랐다가 내려오는 순간 느껴지는 짜릿함이 남달랐다"고 얘기했다.

ATV(전지형 자동차)를 타는 팸투어 일행들.

이런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먹는 즐거움이다. 첫날 점심부터 이튿날 점심까지 네 끼를 제각각 농민부페레스토랑(055-933-9680) 부자돼지(055-931-5885) 황강식당(055-931-0303) 북어마을(055-934-0666)에서 해결했다. 다들 괜찮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농민부페레스토랑은 재료·양념이 조금 세었지만 유기농 로컬푸드에다 값싸서 좋았고 부자돼지는 주인이 손수 잘라주는 독특하게 숙성한 꽈배기 통삼겹과 색다른 양념들이 그럴듯했다. 황강식당 담백한 시래깃국과 조용한 반찬들은 차분한 아침상으로 그만이었고 북어마을 또한 짜지도 맵지도 않으면서 사람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여름을 맞아 고스트 파크로 변신한 합천영상테마파크.

요즘 곳곳에서 물축제가 한창이다. 서울서는 한강축제가 벌어지고 전라도는 장흥에서 탐진강 멋진 물길을 밑천 삼고 토요시장 여러가지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얹어서 세련되게 물축제를 하고 있다. 경남 합천 물축제는 이번이 두 해째다. 물론 합천에는 서울의 엄청난 인구가 없고 장흥의 다양하고 풍성한 먹을거리와 장볼거리가 없다. 하지만 합천은 서울도 장흥도 갖추지 못한 시원한 황강물이 있다. 다른 데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이 타고난 황강물에다, 해를 거듭해 경험을 쌓아가면서 다른 여러 요소들을 잘 버무리는 일만 남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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