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바꿨다더니 어제 본 거 아냐?

다시 힐링이다. 그리고 소통이다. 그 중심에 김제동이 소환됐다.

'1인 토크쇼'가 하나둘 문을 닫을 때에도 건재했던 SBS <힐링캠프>가 개편을 단행했다. 이경규와 성유리, 김제동을 중심으로 요리도 해보고, 집단 토크쇼도 펼쳐 보았다. 여행도 떠나보고 시청자들과 만남도 적극적으로 가져보았으나 결국 대대적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4년여간 <힐링캠프>를 이끌었던 이경규가 하차했다. 초대 MC였던 한혜진의 바통을 이어받아 2년여를 함께했던 성유리도 물러났다. 이경규의 구박에도 사람 좋은 웃음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김제동만 남게 됐다.

개편 소식을 접했을 때 짐작 가능한 포맷들이 떠오르기는 했다.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가 있었고, 당장 JTBC에서 방영 중인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일요일 밤 9시 45분)가 있다.

SBS <힐링캠프>의 대대적인 개편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MC 김제동. /연합뉴스

지난 27일 처음 방송된 <힐링캠프>는 짐작에서 그리 벗어나지 않았다. 499명의 방청객과 김제동이 같은 공간 안에 자리 잡았다. '500인의 MC VS 단 한 명의 게스트'.

제작진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분명히 전날 방송되는 JTBC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와는 차별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제동만 남겨두었을 때는 그가 제일 잘하는 것, 그것을 무기로 적절한 변주를 해야 한다.

그동안 누구를 위한 '힐링'인지 모를 1인 토크쇼였던 <힐링캠프>는 이제 일반인을 끌어들여 여전히 유효한 '힐링'과 '소통'이라는 키워드를 적극적으로 조합했다. 누구보다 이를 제대로 버무릴 줄 아는 김제동과 함께.

<베테랑> 개봉을 앞두고 첫 게스트로 출연한 황정민은 영화 홍보보다는 같은 공간 속 사람들 이야기에 집중했다. 황정민의 "다 때가 있다"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짧은 강연에 이어 499인의 MC들은 김제동의 중재 속에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산만해지기 시작한다.

MC라는 본분을 잊지 말라는 김제동의 재촉에도 황정민을 '오빠'라고 부르며 영화 속 대사를 주문하는 여성팬과 사춘기 소년은 질풍노도 고민이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이어 황정민의 명쾌한 해답에도 "열심히 사셨지만 그래도 운이 좋은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

"다시 태어나면 배우를 하지 않겠다"는 황정민의 말에 정색하며 비난했던 방청객에게 황정민은 자세를 고쳐 잡으며 진심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다 이야기 무게중심은 암에 걸린 아내와 남편의 애틋한 사연에 집중된다. 위로와 격려, 그리고 진심 어린 눈물로 게스트와 방청객은 소통하고 공감한다.

어쩔 수 없이 전날 방영된 <톡투유>에서 얼마 전 뇌종양에 걸린 큰딸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버지의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힐링캠프>의 숙제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첫 방송에서 김제동은 "특별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보통 이야기를 듣고, 보통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라고 달라진 방송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다가도 "게스트를 껍질까지 벗겨보자"라는 말로 예능과 토크쇼 경계에서 혼란스러움을 자초하기도 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기시감 가득한 포맷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타도 관객도 어정쩡한 자리에 머물고 있다. 무엇보다 편하게 시청해야 할 성격의 프로그램에서 이는 독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는 산만함이다. MC 임무를 부여받은 방청객들 역할이 갈수록 모호해지면서 흐름이 뚝뚝 끊기고 시도 때도 없는 말풍선 등장은 참을 수 없이 가볍기만 하다.

SBS <힐링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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