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만에 400만 관객 이유 있었네

<암살> 개봉을 앞두고 최동훈 감독은 "1930년대에 대한 영화를 꼭 찍고 싶었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시대 사진 속 사람들을 보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우리가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영화로 봐주길 바란다"고 바람을 드러낸 바 있다.

개봉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며 개봉 7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한 <암살>은 감독 특유의 장기를 한껏 살려내면서도 전작들과 차별화에 성공한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도둑들>은 허황한 판타지를 그린 것도 아니면서 현실과 희미한 경계로 처음부터 끝까지 객관적 시각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면 <암살>은 엄혹했던 역사 한가운데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독립이 될 줄 몰랐으니까" 나라를 팔고 같은 민족에게 일본인보다 더 악랄하고 잔인했던 친일파 추악한 모습과 "그래도 알려야지. 우린 싸우고 있다고" 독립을 위해 아니 독립의 꿈을 저버릴 수 없어 기꺼이 목숨을 내놓았던 이름도 알 수 없는 독립군 대비는 강한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

해방 이후 세상은 어떠한가.

자신의 친일을 감추려고 반공부터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돈을 위해 이중첩자 같은 짓을 하며 독립군을 사지로 몰았던 이들이 오히려 애족 행위였다며 빠져나가는 모습들에서 우리는 친일·반민족 행위자들이 집권한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목도한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분),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조진웅 분), 폭탄 전문가 황덕삼(최덕문 분), 이중첩자 노릇을 하는 염석진(이정재 분),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분)과 영감(오달수 분), 친일파 강인국(이경영 분) 등 허구 인물을 다루지만 각각의 펄떡이는 캐릭터는 감독이 <암살>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한치 흐트러뜨림 없이 전달해낸다.

촌철살인 유머와 강렬한 액션 시퀀스(특정 상황의 시작과 끝. 몇 개의 신이 한 시퀀스를 이룬다), 그러면서도 엄중한 역사를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암살>은 흥행적 요소와 시대적 묵직함을 고루 버무렸다.

민족 독립을 위해 스러져간, 혹은 잔혹한 고문으로 폐인이 됐거나 패가망신한 선구자들의 숭고한 희생을 누가 왜곡하고 역사책에서조차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려 하는가.

이것은 누가 원하는 세상인가.

"어이 3000불, 우리 잊으면 안돼." 영화는 끊임없이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이 당부가 또다른 울림이 되어 다가온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흥행가도를 달리는 영화 <암살>이 누군가들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일깨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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