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됐다.

'방학(放學)'의 '방(放)'은 사전에서는 '放(놓을 방)'이다. 그래서 '하지 않는다' '내버려 둔다' '놓아 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방학'은 배우는 것, 공부하는 것을 그만두고 쉬게 한다는 뜻을 가지는 것이다.

'교육'과 '훈련'이라는 개념이 '가르치어 개인의 능력을 신장시키고 바람직한 인간성을 갖추도록 지도함'이거나, '가르치고 연습시켜 기르게 하는 것'이고, '배움(學)'과 '가르침(敎)'이라는 두 글자의 어원이 동일하듯이 '교(敎)'와 '학(學)'은 선생의 입장에서 보면 가르침이고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배움인 것이다. 이 배움과 가르침은 교육학자들에게서 오랜기간 연구돼 효율적인 교육과정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학기와 학년이 되었고 학기와 학기 사이 학년과 학년사이에 쉬게 한다는 '방학(放學)'을 두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이 사물과 세상의 이치를 배워 가는 동시에, 이치의 다양함과 인격 형성 발달이 아니라 신분이동과 다른 목적이 개입되면서 시험을 위한 과정으로 전락해버렸다. 오직 5지선다형 문제와 요령껏 맞추는 법만을 강요하는 현 교육체제에서 방학은 사치가 된다. 늘 그러해왔듯이 방학은 제도교육의 보충 시간이 되었고 학습능률보다 가중되는 학습량으로 방학숙제는 산더미같고, 공부심화, 학습보충, 선행학습 기간이 돼 버렸다. 그래서 학원숙제나 스트레스 없이 차라리 방학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원성과 푸념이 오늘 우리 아이들에게서 들린다.

예컨대 통제로 이루어지는 타율적인 학습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알아서 관리하고 사용하라는 것이 방학의 원래 목적이었다. 마치 마라톤을 하는 선수들이 오랜 시간 달리기를 하기 위해서는 중간 중간 페이스 조절을 하는 것처럼, 잠시 마음의 휴식을 갖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방학은 원래부터 학생의 몫이다.

학생에게 수업을 강제하는 것, '교육적'이란 미명 아래 학생이 원하지 않는 집단생활을 시키는 것 모두 교육의 원래 목적에 위배된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문제 해결능력이라고 한다. 문제 해결능력은 과정이 필요하고 어떤 문제를 주고 그 해결과정을 통해 지적·태도적·기술적 학습을 시키는 것으로 학원이 아니라 자기주도형 학습이 필요하다.

지식과 정보를 재조합, 창조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지식기반 사회이고 이사회를 이끌어갈 주인공들이 혹사당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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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육시스템에서 과연 지식기반사회는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러니 이제 아이들에게서 빼앗은 방학을 돌려주자. 잠시 휴식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방학을 돌려주자!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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