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랜드 사업으로 경남도와 창원시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터에 창원시를 제외한 도내 기초단체장들이 창원시의 광역시 추진 등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시기적으로도 옳지 않으며,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갈등에서 기초단체를 비난하는 기초단체장들의 모습도 보기가 좋지 않다.

28일 17개 시장·군수들은 창원시의 "일방적인 광역시 추진과 경남 도정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창원시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창원시의 광역시 추진이 맘에 안들면 누구라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창원의 광역시 승격 운동은 이미 올해 초에 시작됐다. 그동안 시장·군수협의회에서 불만을 드러낼 수도 있었는데도 창원과 경남도의 갈등이 불거지고 홍준표 도지사가 창원시의 광역시 승격 운동을 비판하자 시장·군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목청을 높이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기초단체장으로서 타 기초단체가 광역단체와 빚는 갈등에 대해 타 기초단체를 비난하는 것도 엉뚱하다. 무엇보다 "도정 비협조"라는 말에서 경남도와 기초단체의 관계를 일방통행식 상명하복 관계로 보는 인식이 드러난다.

17개 시장·군수들은 창원시가 광역시 추진 운동을 계속한다면 모든 지원을 중단하라고 도에 요구하기도 했다. 자신과 같은 격인 기초단체에 대한 지원을 광역단체에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기초단체장들의 초라한 위상을 보여준다.

기초단체장들이 경남도 앞에서 작아지는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규모가 작은 시·군일수록 무상급식이 절실한데도, 그들은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는 지자체에 교부금을 주지 않겠다는 홍 지사의 '엄포'에 눌렸다.

산청군수와 통영시장은 군의회와 시의회에서 무상급식을 의무화하도록 조례를 개정하자 거부권을 행사해 산청의 경우 끝내 조례 개정을 없던 일로 되돌리기도 했다.

경남도가 로봇랜드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반발이 커지자 궁지에 몰린 경남도와 홍 지사를 시장과 군수들이 지원사격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광역단체장의 이익을 위해 기초단체장들이 동원된다면 주민의 삶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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