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개구리를 무척 싫어했다. 지금처럼 '개구리'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데까지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엔 작은 청개구리조차 질색했지만, 지금은 먼발치서 지켜보는 것까진 가능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징그러웠다. 여름이 되면 개구리가 출몰할 만한 곳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내가 사는 곳은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윤병원 근처인데, 큰길 건너 서상동 남산에 사는 개구리가 가끔 우리 집 앞까지 내려올 때가 있었다. 개구리와 조우할 때면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다녔다. 한 번은 내가 사는 맨션 입구에 개구리가 있어 몇 분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 했던 적도 있다. 그럴 때는 '세상의 모든 개구리는 싹 다 죽었으면 좋겠다'라는 철 없는 생각도 했다.

지난 5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인 임희자 씨를 만나 동읍 대산면에 있는 산남저수지를 찾았다.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는 얘기를 듣고 취재를 간 것이다. 쉬는 날이라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산남으로 출발했는데, 가는 길에 문득 개구리를 조우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는 그날 개구리 2마리를 목격했다. 그날 만난 녀석들은 외래종인 황소개구리가 아니었다. 아마도 토종 개구리였으리라. 신기하게도 조금 반가웠다. 징그럽긴 매 한가지였지만 말이다. 아직 주남저수지는 녀석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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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산에서 내려와 나를 놀래줬던 개구리들이 자취를 감췄다. 남산과 우리 집 사이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우리 집 주변에서 녀석들이 자주 출몰하던 때는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보금자리를 잃고 떠돌다 내가 사는 곳까지 떠밀려 왔던 거겠지. 그 많던 개구리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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