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폭언·폭행, 시의회 위상 추락 탓…스스로 돌아보고 날선 감시의 칼 들어야

진주시의회 의장단이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한 시의원이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소주병을 든 데 대해 사죄를 한 것이다. 물론 당사자인 시의원도 직접 사과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해당 공무원에게는 사과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소주병을 들었기 때문에 사과하는 것이지, 내심 억울하다는 심정을 기자회견문과 사과문에 담고 있었다. 여성 시의원이 모욕을 당하는 장면을 옆에서 본 남자 시의원이 발끈한 것을 이해해달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다.

사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공로연수에 들어간 진주시청 간부 공무원의 취기에서 시작됐다. 술에 취해 여성 시의원에게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면 회식자리는 아무 일 없어 파했을 것이고, 소주병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공무원노조도 일방적으로 공무원 편을 들지 않고 공무원과 시의원 모두에게 사과를 요구할 정도였다.

시의원들은 문제의 간부 공무원이 지난 5월 상임위 회의장에서도 의원들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막말에 가까운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사과를 요구했지만 '퇴직하면 그만이다'라며 버텼고, 결국 흐지부지됐다.

공무원이 시의원을 향해 막말과 폭언을 한 것은 종종 있었다. 지난 2012년 진주시의 다른 간부 공무원이 시의회 운영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욕설과 폭언을 한 적이 있다. 시의회가 안건을 잇따라 부결했고 이에 대한 앙심에서 비롯된 사건이었다. 시의원들이 시장의 공개사과와 해당 공무원에 대한 응분의 조치 등을 요구하고, 일부 일정을 거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사천시 한 공무원이 시의원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낸 것이 말썽이 됐다. 편지엔 '시장과의 언쟁으로 공무원 표가 다 날아갔다. 의회 질문을 보고는 모두 돌아섰다. 그런 자세로는 안 된다'라는 등 시의원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이 주를 이루었다.

지난 2012년에는 사천시청 공무원이 시의원 멱살을 잡는 일도 있었다. 시장이 나서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일이 마무리된 바 있다.

지방의회가 도입된 지 20년이 넘어가면서 정착되고 있는데 왜 공무원들이 시의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잇따를까?

여러가지 지적이 있겠지만 일단은 시의회(시의원)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

현재 진주시의회는 의장이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있다. 그러니 공무원들 눈에 의회가 제대로 보일 리가 있겠는가. 사적인 이익을 챙기거나 집행부 눈치를 보느라 시의회 위상을 깎아내리는 일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단체장 눈치를 보느라고 자료제출 요구를 뭉개버리는데도 의원들은 철저하게 따지지 않고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가는 사례도 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서 시의회 위상은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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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부도 차제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철없는 공무원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의원 1명이 1500명의 공무원 조직과 맞짱(?)을 뜨려면 소주병이 아닌 감시의 칼을 들어야 할 것이고, 욕설엔 올곧은 일성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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