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호수를 내려다보며 이른 봄향기에 취해보자


봄비가 내린다. 그저께 올랐던 산길도 촉촉이 젖고 있을 것이다. 밀양시 삼랑진읍에 있는 금오산(761m)은 동서로 천태산과 만어산으로 이어진다. 안태호를 지나 금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머지 않아 활짝 핀 봄꽃이 우거질 것이다.
밀양 삼랑진 수력발전소 있는 데서 왼쪽으로 꼬부라져 오르는 아스팔트길 왼쪽에는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아직은 거무데데하지만, 사이사이로 나무에 물오르는 기미가 뚜렷했다. 채 한 달이 안되어 잎이 나기도 전에 분홍빛 꽃들을 흐드러지게 피울 것이다.
오른쪽 산비탈 따라 있는 개나리들은 이미 가지마다 꽃망울을 수십 개씩 머금고 있다. 어서어서 봄이 와 날씨가 포근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꽃눈 밖으로 망울을 삐죽 내어놓은 놈까지 적지 않은데, 성급하게 봄옷 차림으로 나섰다가 오돌오돌 떨고 섰는 아가씨에 견줄 수 있을까.
이미 꽃을 피운 빨간 동백과 하얗고 붉은 매화, 노란 산수유에 이어 화사하게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산골 마을 담장 안팎에서 꽃을 터뜨릴 목련까지 떠올린다면 금오산 들머리에 이르는 풍경은 그야말로 울긋불긋한 꽃대궐이 되고 말 것이다.
산마루에 이르는 등산길은 크게 보아 세 갈래가 있다.
아래서부터 따지자면 안태호 안태공원으로 들어서 콘크리트로 포장된 오른쪽으로 따라가면 첫 번째 등산로를 만날 수 있다. 무슨 절집과 종교단체의 천궁이 있는 통점 마을에서 등산길이 시작되는데 여기서 꼭대기까지는 1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다음 몇 굽이 돌아서 나오는 안촌마을에서 시작하는 길이 있다. 마을 들머리 길가에는 ‘마지막 매점’이라는 간판을 단 가게가 나오는데 뒤쪽에 있는 표지판 ‘상수원 보호구역’ 바로 위의 오솔길로 오른다. 여기서는 50분만에 산마루에 이를 수 있다.
이보다 더 위쪽에 있는 중촌 마을 못 미쳐 고개 등성이에서 시작하는 길도 있다. 아스팔트 길 따라 줄곧 오르다가 혜선암을 알리는 표지판 있는 데서 왼쪽으로 접어들어 800m쯤 가면 왼쪽으로 임도가 나온다. 임도 따라 조금 가다가 오른쪽으로 나오는 길로 1시간 정도 올라가면 정상을 만날 수 있다.
금오산의 자랑은 바위 능선에 있다. 길지는 않지만, 혜선암 가는 길목 중촌 못 미쳐 고개 등성이에서 오르면 이 능선을 탈 수 있다.
동서로 뻗어 있어 남북으로 가르는 능선을 밟아 오르면 왼쪽으로 안태호와 멀리 낙동강과 모래톱.철교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른편에도 골짜기가 펼쳐지는데 거뭇거뭇한 영남 알프스 준령들이 저만치 떨어져서 있다.
한 차례 굴곡을 이룬 뒤 뾰족하게 솟아 있는 산마루에서는 이제까지 밟아온 바위 능선을 돌이켜 볼 수 있다. 메마른 땅에 뿌리내리느라 비틀린 소나무들이 나지막하게 듬성듬성 자리잡은 사이사이로 아담하지만 깎아지른 바위들이 줄지어 솟아 있다.
능선을 이룬 바위에는 곳곳에 탑이라고 쌓아 놓은 돌더미들이 새삼스레 눈에 밟힌다. 까마귀 서너 마리가 하늘에서 동그라미를 그리는 가운데 한 마리는 돌탑 꼭대기에 꼼짝 않고 앉아 있다. 까마귀가 많아 산 이름에 까마귀 오(烏)자를 썼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든다.
금오산은 낮지 않은데도 올랐다가 내려오는 데 3시간이면 족하다. 산꼭대기에는 바위 능선뿐 아니라 강.호수를 내려다보는 시원함이 있고 봄철 아스팔트길에는 온갖 꽃들로 차려 입은 화사함이 있다.
또 돌담이나 물푸레나무며 다락논 따위 예스러움을 아직도 다 떨치지 못한 산골 마을을 눈에 담아 보는 즐거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가볼만한 곳 - 양수발전 위해 만든 천태호.안태호

금오산 자락이 흘러내리는 안태마을 골짜기에는 안태호와 천태호라는 커다란 연못이 두 개 있다.
이 모두가 삼랑진 양수발전시설로 만든 것인데 천태호는 더 위쪽에 있고 안태호는 골짜기 들머리에 있다.
안태호는 벚나무가 에워싸고 있다. 요즘은 물이 많이 빠진 탓인지 기슭에는 허옇게 속살을 드러낸 흙이 길게 누워 있다. 하지만 물은 짙푸른 가운데 바람 따라 조금씩 물결을 일으키고 있어 더없이 조용한 느낌을 준다.
수면에는 청둥오리들이 수백 마리 떼지어 찬물에 몸을 반 넘어 담근 채 먹이를 찾아 자맥질을 곧잘 하곤 한다. 어떤 때는 적지 않은 무리를 이뤄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푸드덕 날갯짓하는 소리가 뜻밖에 크게 들려 둘레를 오가던 아이들이 놀라기도 할 정도다.
자동차가 안태호를 끼고 왼편으로 접어들면 주차장이 나오고 공원이라고 만들어 놓은 널따란 공터가 나온다. 아마도 벚나무 같아 보이는 가녀린 나무들이 서 있는 가운데 긴 의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아직은 이른 철인데도 바구니를 들고 봄나물을 뜯는 그림자들이 비친다. 집안 식구끼리 몰려나왔는지 이런저런 함성까지 질러댄다. 길가 언덕에 올라가기까지 하는데 아직 터지지 않은 꽃망울이 조금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나오는 길에는 2000년 전 가야 역사가 담겼다는 부은암에 들러보아도 좋겠다. 김해 생림 무척산 중턱 가파른 절벽에 매달려 있는 모은암과 짝을 이루는 절간이다.
김수로왕의 장남 거발왕이 아버지 은혜를 갚으려고 어머니 은혜를 기리는 모은암과 같이 세웠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길

진주나 마산.창원에서는 경전선 기차로 삼랑진역까지 갈 수 있다.
마산역에서 오전 4시 51분과 6시 10분(도시 통근).6시 55분.7시 44분(도시 통근) 기차가 있으며 삼랑진까지는 40분 남짓 걸린다. 오후 8시 3분 막차까지 오전 11시 35분과 낮 12시 32분, 오후 3시 20분과 4시 3분, 6시 20분으로 차편이 이어진다.
밀양과 삼랑진 사이를 오가는 버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40분까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13차례 있으며 김해~삼랑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 40분까지 14차례 있다.
삼랑진역에서 창원.마산.진주로 돌아오는 기차편은 오전 7시 28분이 첫차며 오후 10시 16분 막차까지 7차례 오가고 있다.(삼랑진역 055-353-7788)
역에 내린 다음 금오산이 있는 안태마을 일대까지 오가는 마을버스를 타려면 삼랑진역 맞은편 길 뒤쪽 공터에 가야 한다. 오전 7시 30분.8시 30분.10시 20분과 정오에 떠나는 차가 있다. 오후에는 1시 30분부터 3시.5시 20분 세 차례 버스가 오간다.
사람들은 버스편이 불편하다며 택시를 종종 타기도 하고 40분이면 닿는다고 걸어서 가기도 한다. 하지만 산자락 언저리에서 노닥거리다 올 셈이 아니라면 시간 맞춰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게 좋겠다.
자가용 자동차로 갈 때는 창원 동읍을 지나는 국도 14호선을 따라 가다 국도 25호선을 만나 옮겨 실으면 된다. 요즘은 남해고속도로 동창원 나들목이 생기는 바람에 동마산 나들목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면 복잡한 시내를 지나는 대신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진영을 지나 낙동강을 건넌 다음 밀양 평촌 마을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된다. 읍내로 들어가서 왼편 삼랑진역으로 가다 역사를 지나자마자 다시 왼쪽으로 틀어서 달려가면 된다. 4km 남짓 지나 양수발전소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는 데서 왼쪽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오산 자락이 흘러내리는 안태마을 골짜기에는 안태호와 천태호라는 커다란 연못이 두 개 있다.
이 모두가 삼랑진 양수발전시설로 만든 것인데 천태호는 더 위쪽에 있고 안태호는 골짜기 들머리에 있다.
안태호는 벚나무가 에워싸고 있다. 요즘은 물이 많이 빠진 탓인지 기슭에는 허옇게 속살을 드러낸 흙이 길게 누워 있다. 하지만 물은 짙푸른 가운데 바람 따라 조금씩 물결을 일으키고 있어 더없이 조용한 느낌을 준다.
수면에는 청둥오리들이 수백 마리 떼지어 찬물에 몸을 반 넘어 담근 채 먹이를 찾아 자맥질을 곧잘 하곤 한다. 어떤 때는 적지 않은 무리를 이뤄 날아오르기도 하는데 푸드덕 날갯짓하는 소리가 뜻밖에 크게 들려 둘레를 오가던 아이들이 놀라기도 할 정도다.
자동차가 안태호를 끼고 왼편으로 접어들면 주차장이 나오고 공원이라고 만들어 놓은 널따란 공터가 나온다. 아마도 벚나무 같아 보이는 가녀린 나무들이 서 있는 가운데 긴 의자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아직은 이른 철인데도 바구니를 들고 봄나물을 뜯는 그림자들이 비친다. 집안 식구끼리 몰려나왔는지 이런저런 함성까지 질러댄다. 길가 언덕에 올라가기까지 하는데 아직 터지지 않은 꽃망울이 조금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나오는 길에는 2000년 전 가야 역사가 담겼다는 부은암에 들러보아도 좋겠다. 김해 생림 무척산 중턱 가파른 절벽에 매달려 있는 모은암과 짝을 이루는 절간이다.
김수로왕의 장남 거발왕이 아버지 은혜를 갚으려고 어머니 은혜를 기리는 모은암과 같이 세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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