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마산로봇랜드] (하) 사업 위기는 재검토 기회

지난 23일 마산지역 도의원, 창원시의원 19명이 경남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남도와 창원시가 갈등을 풀고 로봇랜드 사업을 원활하게 재개하도록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남도 태도는 강경하다. 로봇랜드 사업에서 발을 빼겠다는 공언대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29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간부회의에서 "경남은 지금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 가는 과정"이라며 그 대상으로 로봇랜드 사업을 꼽았다. 사업 불참을 한 번 더 못박은 셈이다. 경남도가 발을 빼고 나서 창원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사업 재개를 기대하는 쪽에서는 갑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지금 사업 정체는 누구도 감히 건들지 못했던 '마산 부흥 초대형 프로젝트'를 다시들여다 볼 기회이기도 하다.

◇세 가지 출구 = 경남도가 사업 이탈을 선언한 만큼 창원시 처지에서 보면 세 가지 출구가 있다. 먼저 납작 엎드려 경남도를 다시 끌어들이는 것이다. 표현은 다르지만 마산지역 도의원, 시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주문한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남도가 이미 멀찌감치 로봇랜드 사업에 거리를 두고 있다. 어떻게든 경남도를 끌어들인다고 해도 창원시가 이전처럼 공동 사업 주체로서 지분을 행사하기는 어렵다. 민간사업자 선정 협상을 다시 진행해도 창원시 개입은 매우 제한적일 게 뻔하다. 민간사업자 선정 조건은 한결 느슨해질 것이며 그만큼 창원시를 짓눌렀던 재정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창원시가 어떻게 되든 로봇랜드 완공만 보고 달리겠다면 가장 무난한 방법이다.

창원시가 경남도와 같이 발을 빼는 방법도 있다. 로봇랜드 사업 백지화 선언이다. 경남도가 발목 잡는 창원시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면 창원시는 경남도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하다며 손을 떼는 것이다. 7000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을 털어내는 게 부담이지만 창원시는 1조 원 정도 투입할 것이라던 도시철도사업도 백지화했다. 로봇랜드 사업에 들인 예산은 대부분 토지 보상과 설계·연구 용역 비용이다. 그 자리에 다른 일을 벌이더라도 들어가야 할 비용이다. 이를 고려하면 로봇랜드, 특히 문제가 되는 테마파크 조성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가늠할 수 없는 마산지역 반발과 정치적 역풍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창원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로봇랜드 사업을 재정비해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경남도가 요구하는 대로 창원시가 사업 주체가 되는 것이다. 어차피 로봇랜드 사업은 진행 상황만 보면 하얀 종이를 깔고 막 붓을 들기 시작한 정도다. 새 그림을 그리겠다면 결국 모든 부담을 짊어질 창원시가 주도해서 새로 그리는 게 나을 수 있다.

마산지역 도의원·창원시의원들이 지난 23일 오전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마산로봇랜드 사업 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무책임한 낙관 정리부터 = 세 가지 출구를 언급했지만 어느 것도 선택하기 어려운 게 창원시 현실이다. 창원시는 경남도 이탈 선언 이후 지금까지 모든 공식적인 의사 표현을 자제하고 있다. 해답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로봇랜드 사업에서 최대 걸림돌은 민간사업자가 맡을 테마파크다. 공공 부문이 로봇산업 진흥을 뒷받침하는 게 목적이라면 사업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쪽이 테마파크다. 유스호스텔, 호텔, 콘도, 상업시설 등을 활용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그 기준으로 제시한 수요예측이 연 200만 명이다. 경남지역에서 연 20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는 곳은 진주성, 통도사 정도다. 통영케이블카 이용객도 연 150만 명이 되지 않는다.

창원시 관계자는 "테마파크 운영에서 부담은 역시 콘텐츠"라며 "로봇산업 성장 속도를 콘텐츠가 따라가지 못하면 로봇랜드는 '고철랜드'가 되고 바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테마파크 조성 이후에도 막연한 수요를 기대하며 콘텐츠 공급에 적지않은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봇랜드 사업 강행을 요구하는 쪽에서는 '잘 만들어서 잘 운영하면 된다'는 낙관으로 밀어붙인다. 하지만 잘 운영하지 못했을 때 이어질 재정 악화는 '마산 부흥'은커녕 '창원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수익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민간사업자가 테마파크 운영을 꺼린다는 것은 사업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가장 강력한 근거다.

'마산 부흥'도 좋고 '초대형 프로젝트'도 좋다. 하지만 로봇랜드 사업 주체가 모두 꺼리는 사업을 책임질 수 없는 주체가 쏟아놓는 낙관으로만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하다. 신중하게 로봇랜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면 물리적으로 사업 진행이 버거운 지금이 가장 적기일 수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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