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 후]힘닿는 데까지 '정성 가득 망개떡'계속

2년 전 이맘때 망개떡을 취재했다. 의령군 부림면에서 일흔넷의 안경란(사진) 할머니를 만났다. 안 할머니는 한여름 뙤약볕에 아랑곳하지 않고 야산에서 망개잎을 채취했다. 일하는 내내 "아이고 예뻐라" "향이 아주 좋네"라고 했다.

안 할머니는 1990년대 중반부터 망개떡을 판매했다. '백산식품'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이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인 안희제(1885~1943) 선생 호 '백산(白山)'을 땄다. 안희제 선생 손녀인 것이다.

안 할머니 집에서는 대대로 망개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특히 안희제 선생은 이 떡을 좋아했다고 한다. 가끔 집에 들러서는 망개떡을 한 아름 싸들고 나갔다고 한다. 배고픈 독립운동가들과 나눠먹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이 의미 있는 떡을 안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바깥사람들에게 내놓은 것이다.

당시 안 할머니는 혼자서 이 일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타지 있는 딸·사위가 종종 거들기는 하지만 "주변에서는 대를 이어야 한다는데 제가 아흔 살 될 때까지 하고 말아야죠"라고 했다.

안 할머니와 전화로 다시 얘기를 나눴다. 힘없는 목소리였다.

"얼마 전 방송사에서 촬영을 왔거든요. 온종일 시달려서 몸살이 난 것 같아요. 지난해에는 최불암 씨 나오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촬영한다고 힘들게 하더니만…. 연락 오면 안 한다고 해도 찾아오고 하니까…."

망개떡은 잎·떡·팥이 저마다 매력을 과하게 드러내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한편으로 정성이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잎은 채취하고 나서 보관하기 위해 염장을 한다. 팥은 7~8시간 끓이는 동안 계속 저어야 한다. 떡은 일일이 빚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안 할머니는 여전히 전 과정을 혼자 감당한다고 한다. 일꾼 쓰지 않는 대신 하루 판매할 양만 적당히 만든다. 망개잎은 직접 채취하기엔 힘이 달려, 구매한다고 한다. 그런데 갈수록 잎이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한다.

"나무를 뿌리째 가져가는 사람도 있어요. 예부터 어른들이 망개잎을 달여먹으면 항암효과가 있고 염증도 다스릴 수 있다고 했거든요. 약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채취해 가는 거죠."

안 할머니는 판매까지 직접 한다. 몇 년 전 고속도로 함안휴게소에 판매장을 마련했다. 매일 오후 이곳으로 출근한다. 망개떡을 사려고 일부러 고속도로 타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안 할머니는 힘들어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 여전히 힘닿는 데까지 망개떡에 정성을 쏟을 생각이다.

"사실 백산식품을 넘겨달라거나 투자하겠다는 사람도 많이 있어요. 그런데 떡에 조예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안희제 선생 이름 때문에 돈 보고 달려드는 거죠. 그런 이들에게 넘겼다가 맛이 떨어지면 어른 욕되게 하는 거잖아요. 자식은 다른 사업을 크게 하고 있고…. 이러나저러나 제가 계속해 나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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