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자님]거제시 능포동 신태욱 통장

'능포동 마당발'이라고 알려진 신태욱(54·사진) 거제시 능포동 8통장.

그를 만나러 능포동으로 향했다.

가구점(하나로씽크장)을 운영하다 보니 늘 일을 하면서 산다. 일하던 그 모습 그대로 옆집 아저씨처럼 수수한 모습으로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꾸밈없는 소박한 모습이 이웃들에게 친근함을 주기에 더없이 좋은 모습이었다.

그의 나이 서른아홉이던 2001년 처음 통장이 됐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통장을 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통장을 할 사람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큰형인 신태조 씨가 새마을협의회 거제시지회장을 지내면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고, 집안 대대로 봉사를 자연스럽게 해 통장이 됐다고 주위에서 귀띔해주었다.

요즘 대부분 민원은 인터넷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8통은 상대적으로 어른들이 많아서 필요한 민원이 있으면 아침부터 대문을 열고 들어와서 통장에게 얘기를 한다.

능포동 주민센터에서 일일이 주민들을 다 챙겨주지 못하기 때문에 통장의 역할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신 통장은 "통장은 새로 전입해오는 분들에게 빠르게 동네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존 주민들과 쉽게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면서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행정과 주민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통장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하나씩 꺼내는 게 조금은 부담이 된다는 그는 말을 무척이나 아꼈다.

그는 3년 전인 2012년부터 능포동 통장협의회장도 함께 맡고 있다. 그의 활동 반경이 훨씬 넓어졌다.

정신질환이 있는 기초생활자가 이사를 해야 하는데 이삿짐 차를 부를 형편이 되지 않아 큰 가구만 옮겨달라고 하자 한달음에 달려가 이삿짐은 물론 부서진 창문틀을 수리해주기도 했다.

가구와 싱크대 주문을 받고 설치해주러 갔다가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설치만 해주고 그냥 돌아오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졌고, 양지암 축제가 능포동의 대표 축제로 되기까지 작은 힘을 보탰다.

통장이면서 능포동 체육회장도 지냈고, 능포동 지역자율방제단원으로 능포동 안전지킴이 역할까지 그는 마당발이 될 수밖에 없었다.

능포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능포동을 너무 사랑한다고 한다. 능포동 주민들과 이웃이자 친구처럼 지내려고 항상 모든 것을 열어놓고 기다리며 자신만의 고향 사랑법으로 고향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부끄럼이 많아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지만 그는 소리 소문 없이 능포동의 마당발로 통하며 주민들과 상생하며 소통하고 있다.

능포동 한 주민은 "신 통장에게 부탁을 하면 워낙 사람이 좋아 거절할만한 부탁도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손해 아닌 손해를 자주 본다"면서 "신 통장은 통장이라기보다 든든한 동생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 통장은 "개인적으로 많은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때로는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심해질 때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그렇지만 통장이 포기하면 안 되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주민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통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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