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오는 9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영동 동아아파트 앞 사거리에 대각선 횡단보도가 생긴다. 창원시는 물론 경남도 '제1호'다. 서울·인천·수원을 비롯해 인근 대구·울산·부산까지 전국 121곳에 설치된 횡단보도지만 경남은 어쩐 일인지 한참 늦었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말 그대로 기존 사각형(□)이 아닌 알파벳 X자 형태의 횡단보도다. 보행자는 한 번의 신호로 어디든 건너갈 수 있다. 보행자 대기 시간이 짧을 뿐만 아니라 차량과 접촉 가능성이 낮아 사고 예방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다.

서울시 10개 교차로를 대상으로 도입 전후 2년간 사고 빈도를 조사(2006년)한 결과, 약 14.5%(477→408건)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마산합포구 역시 안전이 주된 이유다. 마산합포구 교통과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월영 동아아파트 앞 교차로 및 주변에서 보행자 사고가 4건 발생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대안을 검토하던 중 대각선 횡단보도를 알게 됐고, 장점이 많다고 판단해 6000만 원을 들여 설치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구는 입장이 엇갈린다. 진해구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나 의창구는 부정적이다. 마산합포구가 올해 초 도로교통공단 울산·경남지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창원시 내에서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에 따른 기대 효과가 가장 큰 지역이 두 구청에 속해 있다. 진해 석동초교 사거리가 1위, 의창 사화초교 사거리가 2위였다.

창원시 의창구 사화초등학교 앞 사거리 전경.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 시 효과가 큰 지역으로 꼽힌다. /고동우 기자

의창구 교통과 관계자는 "경찰서와 협의를 해야 하는 문제"라며 "사화초교 사거리는 오전에만 보행량이 많은 곳이다. 불필요한 교통 체증을 일으킬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량 정체는 대각선 횡단보도의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보행자 중심으로 신호 주기가 늘어나니 당연한 현상이다. 운전자로선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도로교통공단 측은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차로가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보행량과 교통량 모두 많은 곳, 보행자-차량 상충 횟수가 많은 곳, 비보호 좌회전이 가능한 곳, 편도 2차로 이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서 순위는 총 10곳의 후보지를 대상으로 이 기준에 따라 종합 점수를 매긴 것이다. 시범 설치될 마산합포구 월영 동아아파트는 3위에 올랐고, 4위는 성산 사파성당·마산회원 삼계초교 사거리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노창섭(무소속, 상남·사파동) 창원시의원은 "차량 통행, 운전자 편의 위주에서 보행자를 위한 방향으로 교통정책 패러다임이 바뀌는 추세다. 결국 선택과 결단의 문제"라며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생활환경 조성은 공공복리 증진에 기여한다. 인간 중심의 대각선 횡단보도 설치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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