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내일로 달려온 청춘, 인생에 행복 새겼다

닌텐도 게임 속 인기 캐릭터 '슈퍼마리오'를 닮은 외모. 이광민(28·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씨는 어려서부터 팝핀(Poppin·스트리트 댄스(street dance) 장르 중 하나로 관절을 꺾고 근육을 튕기는 듯한 즉흥적인 안무가 특징이다) 댄서로 유명했다. 춤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때. 처음엔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착한 학생은 아니었어요. 어려서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됐는데 집도 가난했고….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노는 걸 좋아했는데 그러다가 크게 사고를 한 번 쳤어요. 그게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 일을 겪고는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스스로도 이유를 잘 설명할 순 없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른스러운 생각을 했던 것도 아닌데 그 일이 있고 자연스레 춤에만 집중하게 됐어요."

학교 댄스 팀에서 활동하다 우연히 자신과 잘 맞는 친구 4명을 만나 '젠틀맨'이라는 이름의 다른 팀을 꾸렸다. 친구들과 아무 걱정 없이 춤 연습만 하고 지내며 하루에 공연을 7개씩 하기도 했다. 2년 동안 지역에서 열리는 춤 대회를 싹쓸이했다. 하지만 팀 활동은 오래 가지 못했다. 팀이라는 정해진 틀에 갇혀 있는 게 어린 광민 씨의 성향과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팝핀 댄서이자 타투이스트로 활동 중인 이광민 씨. /우보라 기자

"팀을 나오고 정말 힘들었어요. 중학교 때부터는 집에서도 거의 나와 살다 시피한 데다 공연비도 없었거든요. 게다가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도 나가보고 싶은 거예요. 돈을 모으려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어요. 고생 정말 많이 했죠. 그러다 아르바이트 중 손님 두고 간 지갑이 보이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되는데 어린 마음에 당장 돈이 급하니까 그걸 훔쳤어요. 걸렸죠. 그 일로 엄청 혼날 줄 알았는데 아버지가 혼내지도 않으시더라고요. 일본을 너무 가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을 먼저 보신 것 같았어요. 그러고 드디어 일본을 가게 됐어요."

900명 남짓한 댄서가 일본에 모였고 이 대회에서 고작 열다섯이던 광민 씨는 상을 받게 됐다. 그 이후 탄탄대로였다. 국내대회는 물론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공연과 강습이 줄을 이었다. 그러다 22살 위기가 찾아왔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것이다. 인생의 가장 화려했던 순간 오래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 일을 겪고 느낀 게 있어요.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다는 것. 당장 몇 초 뒤 일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는 것. 제 인생의 모토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자'예요.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죠. 어떻게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겠어요. 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면서 살 바엔 제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하나라도 더 해보면서 사는 게 훨씬 행복한 것 같아요."

광민 씨는 춤추는 것 외에도 하는 일이 많다. 우선 멀티숍을 운영하며 수입의류 브랜드도 취급하고 있고 디제잉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타투이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20대 초반 처음 자신의 몸에 타투를 한 뒤 광민 씨는 타투를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타투이스트라고 생각하게 된 건 2년 정도 됐다. 세계적 타투이스트 부그스타(Boog star·멕시코계 미국인들의 길거리 인생을 담은 치카노 스타일 개척자로 해외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과 국내 가수 박재범 등이 타투를 받아 더욱 유명해졌다)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다.

이광민 씨가 팝핀 댄스를 추는 모습.

"우연히 지인을 통해 부그가 한국에 온다는 걸 알게 됐고 당장 찾아갔죠. 저도 부그에게서 타투를 받았어요. 그 자체가 공부였죠. 부그의 인간적인 면에 반했어요. 이후로도 교류를 했고 그게 큰 자극이 됐어요. 밤새워서 도안 그리고 연습하고 이제 그건 일상이죠."

얼마 전 광민 씨는 아버지께 외제차를 선물했다.

"어려서부터 자기 전에 생각했어요. 성공해서 크고 좋은 집에 살아야지, 멋진 차 타고 다녀야지. 솔직히 유치하긴 하죠. 그런데 그런 자기 암시를 정말이지 매일매일 했어요. 항상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달리고 달려왔더니 정말 그 꿈에 근접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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