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62) 광명 동굴테마파크

대기는 잔뜩 습기를 머금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무겁기만 한 하늘은 불쾌지수만 잔뜩 올려놓는다.

차디찬 계곡물에 첨벙 뛰어들고 싶지만 현실은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그저 맴돌 뿐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도 12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곳이 있다는 말이 그저 반갑다.

연중 내내 서늘한 기운을 품은 광명 동굴테마파크(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27번지).

1912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72년까지 노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광산 개발은 7.8㎞의 갱도를 만들어냈다.

광명동굴은 일제의 약탈 현장이었고, 해방 이후 광부들의 땀과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광부석상.

금과 은, 동, 아연 등 하루 채굴량만 250t이 넘었던 수도권 최대 금속 광산의 역사를 갖고 있다.

광산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피난을 떠나지 못한 마을 사람들의 피난처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소래포구 상인들은 1987년부터 새우젓을 받아다가 저장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40년 동안 방치됐던 폐광은 이제 관광 콘텐츠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11년 1월 광명시는 광산을 사들였다. 그해 8월부터 무료로 개방한 데 이어 리모델링을 거쳐 올해 4월 유로로 재개장했다.

KTX 광명역 3번 승강장에서 17번 버스(7분 간격)를 타면 10여 분 후 도착한다.

버스에서 내리면 계단을 따라 조금 비탈진 길을 올라야 한다.

습한 날씨는 금세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이마엔 몽글몽글 땀이 맺히고 끈적끈적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입장권(어른 4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500원)을 구입하고 동굴 앞 냇물을 지나 동굴 앞에 다다랐다.

커다란 입구에 도착하니 스산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아이에게 긴소매 점퍼를 입히고 동굴 속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턱턱 막혔던 숨이 이내 상쾌하다. 송골송골 맺혔던 땀들이 화들짝 놀란 듯 사라졌다.

이름만큼이나 시원한 '바람길'을 지나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빛의 공간'을 지난다.

바람길을 지나면 나오는 빛의 공간.

국내 최초의 동굴예술의전당에 들어갔다. 음향장비 없이도 동굴의 울림 현상을 이용해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특별한 공연이 없는 날에는 광명동굴의 마스코트인 '아이샤와 친구들' 홀로그램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지하의 청정 암반수를 이용해 동굴 벽면에 만든 아쿠아월드에서는 토종 물고기와 바닷물고기를 만났다.

황금길, 소망의 벽, 황금궁전, 와인동굴과 와인시음장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놓았다.

시원한 물소리를 따라가면 높이 3.6m, 너비 8.5m의 황금폭포를 만날 수 있다. 지하수를 이용한 시원한 폭포수는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하다.

지하 40m까지 내려가는 지하세계의 길은 아득하기만 하다.

와인동굴에서 맛보는 한 모금 와인은 찌릿하다. 왕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바위를 뚫어 만든 불로문을 지나면 왠지 이번 여름을 거뜬히 날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동굴이 안내하는 대로 걷다 보면 더위 한가운데서 "춥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황금폭포.

1시간 남짓의 동굴 여행 막바지에는 발이 시리다.

겨울왕국으로 떠났던 여행은 동굴을 나오고도 한참의 여운을 남긴다.

차디찬 기운은 뙤약볕 아래에서도 잠시나마 서 있을 수 있는 기운을 북돋운다.

일제의 약탈 현장이 되었던 암울한 과거를 지나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했던 가난한 광부들의 피와 땀으로 가득했을 이곳.

100년 세월이 흐르고서 이곳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관광객의 감탄 소리로 가득 찼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뒤엉킨 서늘한 이 공간은 훌륭한 피서지인 동시에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동굴판타지관에 전시된 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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