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성소수자 문제, 우리 사회는 지금…동성애자 여기동·찰스 카야사 부부

사회는 '남녀 간의 사랑이 이상적이다'고 획일적인 잣대를 강요한다. 그 틀을 벗어나면 비정상이고 그 틀에 맞추면 정상이다. 사람은 사랑에 대해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스캔들'이라는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내가 하면 옳고 남이 하면 틀렸다고 공격한다. 이중 잣대는 사회적 갈등을 양산한다. 강요된 기준에서 벗어나는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는 사회에서 배제된다.

동성애자 부부인 여기동(52)·찰스 카야사(44·필리핀) 씨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했다.

부부는 "사랑은 모든 사람에게 자유롭게 평등한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사회가 아닌 개인(본인)이 선택할 권리가 있고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서 사는 것이 생명력 있는 삶"이라고 주장했다.

성소수자는 커밍아웃을 하면 불이익이나 따돌림을 당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여기동·찰스 카야사 부부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인식에 맞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동성애자 부부인 여기동(왼쪽)·찰스 카야사 부부는 인터뷰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부부는 지난 5월 23일 서울 인권재단 사람의 다목적홀에서 결혼식을 했다. 그들이 인연을 맺은 건 지난해 12월 8일. 여 씨가 카야사 씨에게 영어 통역을 해주면서 알게 됐다.

서울에 살던 여 씨는 창원문성대학 간호과 교수로 일하면서 창원에 둥지를 틀었다. 현재는 경남장애인권리옹호네트워크 활동가다. 필리핀 출신인 카야사 씨는 지난 2005년 돈을 벌고자 한국에 왔다.

엄격히 말하면 여 씨는 동성애자고 카야사 씨는 양성애자다.

여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동성인 축구부 선수를 보고 가슴이 뛰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됐다. 카야사 씨는 12살 때 성 정체성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았지만 엄격한 집안 분위기 탓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겨오다 대학생 때 커밍아웃을 했다.

부부는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기에, 이 때문에 사회가 간섭하고 비하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 씨는 "저항하려면 지식이 필요했다. 석사 때 '한국 남성의 동성애 성 정체성 발달과정과 정신건강' 논문을 쓰면서 외국 문헌을 자주 봤다. 일례로 미국정신학협회는 과거 동성애라는 것을 정신질환 일부로 간주했다가 1973년 정신질환이라는 목록에서 삭제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 문제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때문에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활동가'로 활동하면서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부부는 서로 협력자, 동반자이기에 함께 살아가고 사랑하고 성장하려고 결혼을 선택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추세지만 한국은 아직 합법화가 안 됐다.

여 씨는 "화가 많이 난다. 왜냐면 동성애자는 국민의 의무인 세금도 내고 군대도 가고 자기 역할을 다한다. 하지만 반대로 권리가 동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혼인신고서를 내고 법적 다툼을 하고 싶었지만 남편인 찰스가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라 피해를 볼 수 있어 내년 4월쯤 필리핀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 부부는 커플 티를 입고 동성애 운동의 상징인 무지개색 배지를 달았다.

부부는 "동성애자의 권리를 지지하고 옹호를 확산하고자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 사랑은 단순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곧 나의 파트너이고 삶의 동반자다. 그리고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건 사회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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