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권 보호 절차 생략할 이유 없다" 대법, 지자체 300만 원 배상 판결 내려

매년 열리는 충남 보령 머드축제에 3차례나 참가했던 30대 여성 A씨는 2013년 5월 어느날 지인들로부터 깜짝 놀랄 소식을 들었다. 자신의 모습이 그해 머드축제 포스터에 실려 지하철 1호선에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또 보령시 페이스북에도 올라와 있었다. 몸에 진흙을 묻히고 누군가 어깨 위에 목말을 탄 모습이었다.

A씨는 축제 조직위 측에 항의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사진을 동의도 없이 썼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조직위는 포스터를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뿌리기까지 했다. 언론사 홈페이지뿐 아니라 각종 블로그에도 포스터가 퍼졌다.

결국 A씨는 보령시와 조직위, 사진작가를 상대로 총 2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의정부지법 남양주시법원에 냈다.

1심은 패소했지만 2심은 "당시 30대 초중반의 여성으로서 머리와 얼굴에 진흙이 묻은 사진이 알려질 경우 상당한 정도의 당혹감, 수치심 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들에게 모두 합쳐 3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진 사용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문의하는 등 A씨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말했다.

보령시 등은 "포스터는 머드축제를 널리 알리는 공익 목적이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그렇다 해도 A씨의 얼굴 사진을 넣어야 할 필요나 초상권 보호 절차를 생략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보령시 등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올해 기각됐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이대연 부장판사)는 A씨가 자신이 나온 포스터를 실은 언론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는 원심처럼 기각했다고 최근 밝혔다.

재판부는 조직위처럼 포스터의 제작·편집·수정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포스터를 단순 보도한 것에 불과한 언론사에는 초상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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