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판결 중 명예훼손 관련 76.7% 얼굴·이름 노출 땐 언론사 대부분 패소

어느 사진기자가 거리 스케치 사진으로 예쁜 커플이 거니는 장면을 찍어 신문에 냈는데, 알고 보니 불륜이어서 곤욕을 치렀다는 이야기는 지역 언론계에서 유명한 일화다. 사생활 개념이 그렇게 강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다. 지금은 보도와 관계없는 일반인이 사진에 나오면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를 한다. 하지만 지금도 동의 없이 일반인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사진을 썼다가 소송을 당하는 일이 있다.

요즘에는 사생활을 포함해 개인정보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지난달 창원에서는 메르스 확진자 가족 개인정보가 유출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과 시의원과 지역 언론이 관련된 사안이었다. 개인정보를 다루는 정부기관은 물론 접할 가능성이 큰 언론이 얼마나 이를 조심스레 다뤄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이달 발간한 <2014년도 언론 관련 판결 분석보고서>를 보면 전체 분석 대상 민사 판결 159건 중 명예훼손 관련이 122건으로 76.7%를 차지한다. 얼굴이나 목소리, 이름이 그대로 드러나거나 사생활이 노출됐다며 소송을 진행한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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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을 제기한 원고도 일반인이 54건(34%)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공적 인물이 27건(17%), 고위공직자 23건(14.5%)이었다.

명예훼손으로 원고가 승소한 비율은 122건 중 64건으로 52.5%다. 사례가 적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초상권이나 성명권, 다시 말해 얼굴이 드러나거나 이름이 드러난 경우와 함께 명예훼손 소송이 벌어진 경우는 100% 언론사가 패소했다.

언론중재위가 역시 이달 발표한 올해 상반기 시정권고 결정 현황을 보면 언론의 사생활 침해 사례가 지금도 끊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론중재위는 지난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언론사를 대상으로 모두 221건을 시정권고 했는데, 이 중 사생활 침해가 73건으로 전체 33%를 차지했다. 마약 및 약물 보도 80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시정권고를 받은 언론사 중에는 도내 언론도 두 곳(신문 1, 인터넷 1) 포함돼 있다.

언론중재위 보고서를 보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근무지나 담당 업무를 명시해 해당 인물이 누군지 알게 했다며 언론사가 패소한 경우가 있다. 또 초상권과 사생활 침해 사례를 보면 축제 포스터에 허락 없이 일반인 사진을 썼다가 자치단체와 자치단체 보도자료를 그대로 쓴 언론사들이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뉴스통신사 사진을 가져다 썼다가 초상권 침해 판결이 난 경우도 있다. 통신사 기자에게 사진을 찍도록 허락한 것이 이를 다른 언론사에 제공해도 된다는 포괄적 동의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결국 언론사들은 보도자료나 통신사 자료라도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지 한 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언론중재위는 "일반인의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게재하거나 사진이나 보도 내용을 통해 주소를 알 수 있게 한 기사 등은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공인이라도 투병 중인 모습을 무단으로 촬영해 공개한 기사에 대해 사생활 침해로 시정권고가 내려진 사례가 있는 만큼 언론사들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생활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

◇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민감정보의 처리 제한) 개인정보처리자는 사상·신념, 노동조합·정당의 가입·탈퇴, 정치적 견해, 건강, 성생활 등에 관한 정보, 그 밖에 정보주체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처리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정보주체에게 제15조 제2항 각 호 또는 제17조 제2항 각 호의 사항을 알리고 다른 개인정보의 처리에 대한 동의와 별도로 동의를 받은 경우

2. 법령에서 민감정보의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경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언론 등에 의한 피해구제의 원칙)

①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및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은 타인의 생명, 자유, 신체, 건강, 명예,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초상, 성명, 음성, 대화, 저작물 및 사적 문서, 그 밖의 인격적 가치 등에 관한 권리(이하 "인격권"이라 한다)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되며, 언론 등이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이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그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여야 한다.

② 인격권 침해가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언론 등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1.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이루어진 경우

2. 언론 등의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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