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난히 몸에 상처가 많다. 이곳저곳 벌레에 심하게 물린 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여행하면서 생긴 상처들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라오스 여행 중 방비엥에서 다리에 커다란 상처를 만들어왔다.

라오스는 도로사정이 많이 열악하다. 그래서 비포장 도로나 좁은 길을 구석구석 다닐 수 있는 오토바이가 자동차에 비해 더 대중화되어 있다. 오토바이가 워낙 대중적이라 내가 갔던 방비엥에서는 오히려 자동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자동차가 대중화되어 있는 나라에서 온 배낭여행자에게 호기심과 모험심을 발동시키게 마련인지 심심찮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호기심과 모험심이 그 누구보다 강한 내가 이런 찬스를 놓칠 리 없었다. 여행 내내 소극적이었던 친구는 이번에는 예외로 나보다 더 신이 나 당장 오토바이를 빌리러 가자고 한술 더 떴다.

우리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오토바이 두 대를 빌리기로 했다. 하지만 오토바이를 빌리기 전에 우리에게 큰 문제가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오토바이를 여태껏 단 한번도 타본적이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함께 래프팅 투어를 한 일본인 써니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써니는 오토바이를 빌리겠다는 우리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걱정부터 했다. 우리가 한귀로 흘러들을만한 잔소리만 늘어댔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냐. 끝없는 대책없음과 막무가내로 써니를 끌어들이는 데 성공. 걱정하는 써니를 앞에 내세우고 오토바이 대여점으로 냉큼 뛰어갔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친구가 오토바이를 타는 순간 걱정으로 바뀌었다. 시동을 걸자 마자 친구는 순간 슝 하고 튕겨 나가면서 약 10m 앞에서 급정지해 버렸다.

너무 놀란 친구는 처음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는 탈 수 없을 것 같다며 손사래를 쳤다. 나 또한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고 나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겠다며 꽁무니를 빼려는 찰나에 무슨 생각인지 처음에는 말리던 써니가 한번 시도나 해보라고 내 등을 떠밀었다. 오토바이에 올랐고 금세 이게 웬걸하고 우려와는 달리 너무 쉽고 재미있었다. 친구에게 별거 아니라며 어깨까지 으쓱해 보였다. 그리고 우리는 써니와 친구가 탈 오토바이 한 대와 내가 탈 한 대, 총 두 대만 빌리기로 했다. 오토바이로 신나게 방비엥 구석구석 누비고 관광명소인 블루라군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결국 일을 내고야 말았다. 가는 길에 잠시 오토바이에서 내렸는데 나의 부주의로 가열된 오토바이 배기통에 종아리 화상을 입고 만 것이다. 블루라군에 도착할 때까지도 계속 얼얼하고 아팠지만 여기까지 와서 물에 안들어간다는 건 내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 물놀이 실컷하고 다리의 상처는 오염돼서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 다리에 살점을 파 내야 하는 건 아니냐며 여행하는 내내 걱정하게 됐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여기까지 와서 그깟 상처 때문에 여행을 즐기는 걸 포기할 순 없다며 그 다리로 루앙프라방에 있는 광시폭포에 가서 신나게 물놀이까지 했다. 물론 한국에 왔을 때는 상처가 더 악화되어 흉이 더 크게 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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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나의 상처를 보고 왕년에 오토바이 뒤에 좀 타고 다녔던 노는 언니로 볼 수도 있을테고 아가씨 다리에 평생 흉이 남을 상처를 커다랗게 만들어와서 어떻겠냐는 둥,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느냐는 둥 이야기들 하겠지만 나는 매번 이 상처를 볼 때마다 라오스의 그 여행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아 나에겐 소중한 상처로 남았다.

그렇게 나는 내몸에 상처가 아닌 추억을 또 하나 새기고 돌아왔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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