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퀴어축제가 한바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레즈비언이나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가 모여 문화행사도 하고 퍼레이드(행진)도 벌인다니 달갑지 않은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아무튼 논란 속에서 지난달 28일에는 서울광장에서, 지난 5일에는 대구 동성로에서 퀴어축제가 벌어졌다.

관련 기사를 읽다가 문득 10년 전 마산 도심에서 벌어졌던 퀴어 퍼레이드가 떠올랐다. 지금도 서울과 대구에서만 겨우 퀴어축제가 열리는 것을 볼 때 꽤 놀라운 일이다. 마산 도심 퀴어 퍼레이드는 2006년 6월과 이듬해 6월 이태 연속 진행됐다. 동성애 단체나 활동가가 주관한 것도 아니었다. 외국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행사였다.

2006년 첫 퍼레이드에는 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경남대 정문을 출발해 마산합포구 해운동에 있는 서항공원까지 20분 정도 행진을 했다. 당시 이들은 동성애를 뜻하는 무지개 깃발과 우산을 들고 조용히 걸었다. 그런데도 보수적인 경남지역 정서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행사의 의미를 파악한 경찰은 퍼레이드가 당시 마산시청 앞을 지나는 것을 거부했다. 행사를 도운 한국인들도 누차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대로 의미를 모르는 시민들은 '어디 축구 응원하느냐'는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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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성소수자를 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제법 성숙해진 듯하다. 이제는 관련 행사 때마다 기를 쓰고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적어도 성소수자들이 그 존재는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체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시 행사 주최자의 옷에 적힌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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