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금 지급 후 분위기 냉랭 "마을공동체 붕괴 뼈아파"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이후 1년 사이 현수막은 '송전탑 막아내자'에서 '뽑아내자'로 바뀌었다. 부북면 대항리 평밭마을과 위양리 5개 마을의 변화는 이뿐만 아니다.

2년 전 송전탑 건설 위로금 수령 여부로 확연하게 갈렸던 송전탑 찬반 주민 간 앙금이 더 깊어졌다. 서로 대화도 인사도 하지 않는 분위기가 굳어져 가면서 마을공동체 파괴 현상이 더 심각해졌다.

화악산 중턱 평밭마을은 입구까지 진입로가 수 ㎞에 이를 정도로 외딴곳이다. 상주하는 18가구 주민들 외에는 서로 얼굴 볼 일도 없을 정도다.

교직을 은퇴하고 마을 맨 윗집에 20년 전 이사와 정착한 김길곤(84) 이장이 혀부터 찼다.

"쯧쯧쯧. 말이 아니지요. 뭐. 이 동네 18가구 중에서 6가구 분들이 위로금을 받았어요. 그전엔 덜했는데 돈 받고 안 받고 확연하게 드러나니까 그때부터 서로 말을 안 하게 됐지요. 워낙 외딴 동네이다 보니 자치회가 따로 있는데, 이분들은 요즘 별도 모임을 만들어 한전(한국전력)하고 대화를 해요."

"본래 여기 살던 분들도 있지만 나이도 들고 병도 생기고 해서 대부분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에 찾아 들어온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그 좋던 동네가 송전탑 전자파에 갇혀 버리고, 분위기도 영 안 좋게 됐어요."

그의 말대로 마을 앞 400~500m 거리 화악산 중턱에 765㎸ 송전탑 129번·130번이 꽂혔다.

송전탑 반대 주민이 찬성 주민보다 많은 평밭마을에 비해 장동·내양·외양 등 위양리 5개 마을은 찬성 주민이 많아져 버린 반대의 경우다.

"처음엔 그렇지 않았어요. 이곳에서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의 중심지라 할 만큼 반대가 많았던 곳이지요."

장동마을 서정범(57) 씨는 그랬던 위양리 200여 가구 중 180가구 이상이 위로금을 받은 이후 뭔가 어색한 분위기가 돼버렸다고 했다.

"무엇보다 마을공동체가 무너진 게 뼈아픕니다. 틈만 나면 이간질을 해요. 그게 나라가, 행정이 하는 짓입니까? 사정만 되면 정말 이것저것 다 팔고 나가버리고 싶어요."

행정대집행 1주년 '기억' 문화제 중 부북면 답사 행사를 진행했던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 정상규 법률간사도 "그사이 찬반 주민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어 "결국 연대의 뜻을 재확인하자는 것이 오늘 행사의 초점"이라고 했다. 연대의 범위가 송전탑 반대자들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