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 타격받은 홍 지사 '물귀신 작전' 진보-보수 대결구도 의도…120일 이내 유권자 10% 서명 받기 쉽지 않을 듯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이 본격화하면서 홍 지사 지지자의 박종훈 교육감 소환 움직임도 현실화될까?

학부모와 시민단체들이 학교 무상급식 중단사태 책임을 물어 홍 지사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지난 16일 신청했다. 도내 200여 개 단체가 참가한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주민소환운동본부'로 전환하고 대표자 증명서가 나오면 수임자 2만 명을 모아 소환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국에서 홍 지사가 최근 밝혀왔듯이 홍 지사 지지자들이 실제로 박 교육감 소환운동에 나설지가 변수다. 홍 지사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비롯해 박 교육감과 자신에 대한 소환운동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홍 지사 "같이 서보자" = 홍 지사는 지난 1일 "내년 총선 앞두고 둘 다 주민소환대에 서보지. 누가 쫓겨나는지. 우리를 지지하는 그룹에서도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2일 KNN TV방송에 출연해 "도지사와 교육감을 같이 주민소환대에 올려서 두 사람 중에서 패배하는 사람은 집에 가면 간명하다"고 했다.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신의 지지자들이 50만 명 서명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홍준표 지사. /경남도민일보 DB

이와 관련, 실제로 몇몇 단체들이 앞서 박 교육감 소환운동 의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었다. 지난달 22일 경남도여성단체협의회는 "홍 지사 소환을 강행한다면 박 교육감 소환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튿날 경남지역공동체활성화협의회는 교육감 주민소환을 적극 검토한다고 했고, 30일에는 '건전한 SNS 문화만들기 모임'이라는 단체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회견과 홍 지사의 강한 발언과 달리 표면적으로 드러난 박 교육감 소환운동 움직임은 없다. 여성단체협의회 한 임원은 "잘 모른다"고 했다. SNS 문화만들기 모임 전호남 대표는 "아직 자세하게 협의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박 교육감을 비판해온 공교육지키기경남운동본부 박종옥 대표는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반드시 소환할 것"이라며 "누구 말이 옳고 그른지 도민 의견이 어떤지 모아내서 경남이 조용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사태 등 홍준표 도정에서 비롯한 소환운동이 이념대결로 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청구인 대표자 경남교육희망 학부모회 전진숙 대표는 "본질은 홍 지사 도정 문제다. 박 교육감 공격은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종훈 교육감.

◇진보-보수 대결구도? = 선별급식을 고수해온 홍 지사가 지난 15일 도의회에서 교육청이 무상급식을 하든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주민소환에 직면하면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홍 지사가 박 교육감을 같이 세우겠다는 것은 자신이 처한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받게 될 타격을 줄이려는 돌파구로 풀이된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 사태 속에서 터진 '성완종 리스트'에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정치적인 타격을 받았다. 더구나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진 데다 주민소환대에 오른 자체가 불명예다.

따라서 박 교육감과 함께 도민 판단을 받겠다는 것은 혼자 당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홍 지사는 "누가 옳은지 주민소환 투표해보자, 그러면 승부가 난다"고 했었다.

홍 지사가 "주민소환은 좌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거나 자신을 소환하겠다는 이들을 '진보좌파'라고 규정한 것은 무상급식 중단에 성난 학부모 등 도민을 일부 세력으로 축소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지지자들이 박 교육감 소환운동에 나섰을 때 이념적 대결양상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 간 대결구도로 지지세력 결집과 내년 총선 등 정치 흐름에 맞춰 앞으로 활로를 찾겠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주민소환운동이 서명을 채우고 총선을 앞두고 투표로 현실화되면 새누리당에도 직격탄이 되기 때문에 방관할 수 없다.

세 대결로 가면 관건은 120일 이내에 도내 유권자의 10%(26만 7416명) 이상 유효서명을 받느냐다. 공무원, 통·이·반장과 주민자치위원은 서명 요청활동을 할 수 없다. 관 조직을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주민등록번호를 적어야 하는 주민소환 서명도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주민투표처럼 생년월일만 쓰도록 바뀌어 서명받는 데 부담은 줄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입법예고를 거친 주민소환법 시행령은 다음 주에 공포절차를 거쳐 바로 시행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주민투표운동본부가 재개원을 위한 주민투표 서명을 180일 동안 청구요건인 5%를 넘어선 14만여 명을 받았던 것에 비춰보면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당선무효로 물러난 고성군수처럼 10·28 재·보궐 선거구로 확정된 곳에서는 선거일 전 60일부터 서명을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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