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수준, 최대 40%로 하자"…학교 급식 지원비 작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두고 겉으로는 기존 견해와 다른 아주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무상급식은 도교육청 사무이니 선별 급식이든, 보편 급식이든 상관하지 않되 예산 분담비율은 영남권 다른 광역시·도 급식 예산 지원 평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춘식(새누리당·남해) 도의원의 15일 7월 정례회 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날 홍 지사 발언을 유심히 살펴보면, 지난 6월 도지사-시장·군수협의회에서 나온 40% 분담비율을 최대치로 내세우며 지난해 학교 급식 식품비 예산 1286억 원 중 388억여 원 이상은 자치단체가 지원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804억 원을 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은 도교육청은 절반 이상 줄어든 예산을 지원받아 선별이든, 보편이든 학교 무상급식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도 도교육청은 사태 핵심을 파악하기 전에 환영 보도자료를 내는 등 여전히 우왕좌왕했다.

박 의원은 홍 지사와 박종훈 도교육감에게 각각 학교급식 중단 사태에 대한 단체장 소견, 각 단체장이 생각하는 학교급식 정상화를 위한 전제 조건, 앞으로 대책 등을 물었다.

15일 오전 제28회 경상남도의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가 열렸다. 이날 농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춘식(가운데) 도의원이 홍준표(왼쪽)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에게 학교급식 중단사태 해결 촉구와 관련한 도정질문을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idomin.com

먼저 답변에 나선 홍 지사는 "급식비 지원하겠다. 학교급식은 교육청 사무이니까 선별이든, 보편이든 그걸 두고는 따지지 않겠다. 다만, 우선 지난 4년간 3040억 원을 자치단체가 줬는데도 감사를 받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감사를 받는 게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또 "기존 예산 분담 비율은 맞지 않다. 경남은 도청·기초자치단체가 62.5%를 내고, 도교육청이 37.5%를 내는데, 부산만 해도 지자체가 25.4%, 교육청이 74.6% 부담한다. 부산·울산·대구 등 영남권 평균 비율로 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감사와 관련해 어제(14일) 도의회가 급식 관련 행정사무조사특위 구성한 것 아니냐. 행정사무조사는 감사와 같은 역할이고, 집행부에서 학교급식지원조례를 개정해 해마다 감사받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안다. 이 정도면 감사 문제는 일단락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홍 지사는 "그렇다. 조례 문제만 도의회에서 해결해주시면 감사는 정리된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부산·울산·대구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데, 너무 맞추면 그간 편성된 예산과 편차가 너무 나는 것 아니냐"고 하자 홍 지사는 "그렇지 않다. 그건 교육청에서 해야 한다. 무상이든, 유상이든 우리는 관여하지 않겠지만 전체 사업은 그들 사업이니까. 예전 시장·군수협의회에서 밝혔듯이 저희의 마지막 (지원) 한계는 (식품비의) 40%다. 물론 여기에 6만여 명의 저소득층 예산(315억 원)은 국비니까 교육청 예산이 아니라서 빼야 한다. 10개 광역시·도도 그 예산은 빼고 비율을 정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홍 지사는 이 발언으로 자치단체 지원 금액 상한선을 정했다. 지난해 기준 학교 무상급식 예산은 운영비를 포함해 전체 2438억 원으로 이 중 1286억 원이 식품비였다. 여기에 전액 국비 지원인 저소득층과 특수교육대상자 6만 6000여 명 식품비 315억여 원은 도교육청 예산이 아니니 빼고, 나머지 식품비 971억 원의 40%인 388억여 원을 지원금 상한액으로 하겠다는 게 홍 지사 발언 요지다. 도의회 중재안보다 훨씬 후퇴한 자치단체 예산 지원 규모다.

내용을 뜯어보면 도교육청이 그다지 환영할 일도 아니지만 박 교육감은 답변 과정에서 "우선 급식 지원 성질에서 가장 논란이 된 선별이냐, 보편이냐를 두고 지사께서 크게 양보해주신 데 감사드린다. 의회에서 해주신 노력에도 감사드린다. 다만, 부산·울산·대구는 전국적으로 낮은 비율로 지원하는 곳이라서 경남은 그것보다는 낫게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순간 홍 지사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묘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어 박 교육감은 감사와 관련해서는 "경남도 학교급식 지원 조례에 감사를 넣겠다는데 이는 감사원이 중복감사를 금하는 법률 개정을 준비해 상위법 위반 여지를 안고 있어 전문가에게 법률 자문을 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 질문이 끝나고서 본회의 진행을 맡은 이병희 부의장이 "급식 문제를 해결할 양 기관 TF를 조만간 꾸리겠느냐"고 물었다. 홍 지사는 "그것도 차후 생각해보겠다", 박 교육감은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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