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그 후]지난해 7월 퇴근길에 연락 끊긴 천진용 씨

지난해 7월 24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사는 천진용(52) 씨가 자신이 몰던 차량과 함께 사라졌다. 직장(함안군 군북면 소재) 동료에 따르면 그날 천 씨 근무시간은 오후 3시까지였는데, 다른 사람 대신 오후 11시까지 연장근무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몸이 좋지 않다며 일찍 퇴근했다고 한다. 그날 오후 7시 57분에 천 씨는 아내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때 '집으로 간다'는 말을 남겼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이튿날 가족들은 함안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천 씨 행방을 찾기 위해 헬기를 띄우는 등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회사서 1.5km가량 떨어진 함안장례식장 쪽 도로를 지나는 CCTV 화면 외에는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1년 가까이 지난 지금, 여전히 천 씨 행방은 묘연하다. 그가 몰던 은색 '스포티지R'(14주 3256) 차량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함안경찰서 형사는 이렇게 전했다.

실종된 천진용 씨를 찾으려 사건 발생 당시 배포한 전단. /경남도민일보 DB

"특별한 단서나 기록 같은 게 전혀 나오지 않았다. 당시 다른 일 다 제쳐놓고 인근 의령할 것 없이 다 돌아다녔다. 여러 명이 여기에만 매달렸지만 나온 게 없었다. 지금도 가출 담당 쪽에서 정기적으로 이 건을 챙기고 있다. 특별한 혐의점이 없기에, 영장 없이 할 수 있는 법 테두리 내에서 정기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천 씨 차량 이야기를 꺼내자 이 형사는 반사적으로 차량 번호를 말했다.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내비쳤다.

"스포티지 노이로제에 걸렸다. 경찰관들이 흰색 비슷한 차량만 봐도 그 차인지 번호판을 확인하고 한 번 더 보게 된다."

천 씨 실종 당시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전단까지 뿌리며 천 씨 찾기에 나섰던 가족은 일정 시간이 지난 무렵부터 언론 관심을 부담스러워 했다. 당시 천 씨 가족은 경남도민일보 전화통화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천 씨 가족과 전화통화가 되었다.

"일단은 사건사고가 생긴 건 아니라서 그냥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본인(천진용 씨)도 언론에서 다루는 걸 별로 바랄 것 같지는 않다."

대화 도중 전화가 끊겼다. 다시 전화했지만 더는 받지 않았다.

천 씨 실종 직후 그가 다니던 직장 동료들도 전단을 함께 돌리는 등 애를 썼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천 씨 직장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그 이후에는 저도 소식 들은 게 없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천 씨) 가족들이 연락해 왔을 것인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직장동료는 천 씨가 퇴사 처리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가족이 지난해 퇴사를 희망해 그렇게 처리되었다. 아이들도 있다 보니 생활이 쉽지 않아서 그렇게 한 걸로 알고 있다."

천 씨는 평소 집과 회사만 오갔고, 검소했으며, 특별한 취미생활도 없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그가 사라질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실종 전날부터 이상한 낌새가 있었다고 한다. 멍하게 있다거나, 운전 중 다른 생각을 하다 사고까지 날뻔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일 퇴근 직전에도 역시 넋 나간 표정으로 있는 것을 주변 동료가 봤다고 한다. 천 씨는 그렇게 사라진 뒤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천 씨에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남해고속도로 문산나들목 근처에서 '모닝' 여성운전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사건 역시 경찰이 대대적인 공개수사를 펼쳤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았지만 별다른 소식을 얻지 못했다.

천 씨 실종 건 역시 의문만 남긴 채 1년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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