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 〈삼국지〉는 어정쩡한 평역·옮김…차라리 창작·지음이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신경숙 표절'이 문제가 되면서 마치 이 나라 문단에 엄청난 사태가 터진 것처럼 난리입니다. 이런 난리는 그동안 이 나라 문단이 깨끗하고 수준이 높으며 본받을 만한 존재였어야 가능합니다. 예전부터 표절이 예사롭게 저질러졌다면 지금 신경숙이 거기에 이름을 보탠다 해도 그다지 새삼스러울 까닭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경숙 표절 논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기이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문단도 사람들이 어울려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좋은 구석도 있고 나쁜 대목도 있기 마련입니다. 문학이라 하면 마땅히 뜻깊고 진지하고 진실돼야 한다는 것은 문학평론가들이나 하는 생각입니다. 실제 현실에 널려 있는 문학을 보면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습니다.

2000만 권 팔린 <이문열 삼국지>(1988년 민음사 출간)와 200만 권 팔린 <황석영 삼국지>(2003년 창비 출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문열은 '평역(評譯)'이라 했고 황석영은 '옮김'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비봉출판사 박기봉 대표가 <삼국연의>를 번역 출간하면서 '최초 완역'이라 밝힌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문열과 황석영의 두 삼국지는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중국 청나라 시절 완성된 <삼국지연의>(모종강본)는 원문이 고문도 아니고 현대문도 아니랍니다. 고문에서 현대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말글이라는데요, 그래서 번역하기가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최초 완역' 박기봉은 <삼국연의>를 우리말로 옮기는 데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했습니다. <삼국연의> 원문(原文)을 확정하고 중국 잘나가는 출판사 여섯 군데 판본과 대조해 오탈자(誤脫字)를 없애는 데 1년이 걸렸고, 우리말로 옮기는 데 또 1년, 교정·교열을 거쳐 출판까지 마치는 데 다시 1년이 걸렸답니다.

한학자 김구용(1922~2001년)도 1974년 <삼국지연의>를 펴냈었는데, 그 머리글에서 "여러 차례 중단했던 <삼국지연의>를 이제야 완역했으니 … 돌아보건대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했습니다. 김구용은 또 2000년에 솔출판사에서 '개정 완역본' <삼국지연의>를 냈는데, 그 책머리에는 "완역 <삼국지연의>를 다시 손질하여 첫 번째 개정판을 낸 것이 1981년이었다. 그러나 그 후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손질을 쉬지 않았으니, 어언 또 20년이다. 번역의 업고일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한학을 전문으로 배운 적이 없는 데도 이문열과 황석영은 이렇게 엄청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훌륭하게 평역을 하고 옮김을 했습니다.

같은 문학인 데도 신경숙은 문제가 되고 이문열·황석영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표절했다는 신경숙의 소설 '전설'은 작품성·문학성을 인정받은 바 있고, 이문열·황석영이 제각각 평역·옮김을 했다는 <삼국지>는 그렇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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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황석영의 <삼국지>가 표절한 작품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차라리 창작·지음이라 하지 어정쩡하게 왜 평역·옮김이라 했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최소한 충실한 번역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 나라 문단에는 이런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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