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따라 내 맘대로 여행] (61) 세종시 뒤웅박고을

생각만으로도 마음 한쪽이 푸근해지는 풍경이 있다.

경험과는 별개로 그것이 가진 이미지만으로 발길을 재촉하는 풍경이란.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한 번쯤 쉼표를 찍고 싶었나 보다. 그러지 않고서야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풍경 하나에 마음이 동해 달려가게 될 줄이야.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워지는 장독대를 찾아서 떠난 곳은 세종 뒤웅박 고을(세종특별자치시 전동면 배일길 90-43).

세종 뒤웅박 고을은 전통장류박물관이 있고 운주산 기슭 수십 개의 장독대가 펼쳐진 전통 장류 테마 공원이다.

지금이야 그 역할을 여타 냉장고가 대신하고 있지만 장독대는 예로부터 된장, 고추장, 간장 등 기초식품을 보관하는 곳이었다.

양지 바르고 바람이 잘 통하는 집안 뒤꼍에 자연과 잘 어울리도록 자리를 잡았으며 집안마다 특색있는 음식 맛을 내는 원천으로 생각하여 정갈하면서도 아름답게 간직해 왔다.

이러한 장독대를 우리 어머니들은 집안의 신성한 공간으로 생각했다. 제액초복(재앙을 덜고 복을 초대한다는 말)을 위해 터주를 모시고 고사를 지냈으며 정화수를 떠 놓고 빌기도 했다.

'되는 집안은 장맛도 달다'는 말처럼 어머니들은 집안의 번창을 위해 항상 장독을 정갈하게 관리했다.

세종전통장류박물관 안내 표지.

뒤웅박 고을로 들어가는 길은 좁은 오솔길이다. 오솔길 주변 밭에서 수확하는 대부분의 콩이 뒤웅박 고을에 사용된다.

청송리 장수마을에서 생산된 콩 등 국내산 콩과 3년 이상 간수를 뺀 천일염만을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가 2년 이상 장독에서 숙성시킨다.

뒤웅박 고을 전역은 아기자기한 테마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입구 십이지신상 거리를 지나면 해땀들 장독대가 세 가지 테마로 놓여 있다.

어머니와 장독대 조각상이 서 있고 그 옆으로 '항상 정갈하게 한복을 차려입으시고 성심껏 장독을 닦으시며, 장맛을 지키려고 애쓰셨던 어머님을 그려 봅니다'로 시작하는 어머니를 그리며 적어 놓은 설립자의 이야기가 있다.

장류박물관에 붙어 있는 글.

이와 함께 설립자 모친이 직접 사용한 옹기 유물을 모아서 조성한 '지킴이 장독대'와 직접 장 만들기 체험을 통해 만든 장을 보관해 놓은 '가족 장독대'도 있다.

계단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한 눈에 담기 벅찬 1000여 개의 장독이 빼곡하게 늘어선 장관이 펼쳐진다.

운주산을 배경으로 초록의 자연과 장독대의 조화가 참으로 평화롭다. 황토로 높은 단을 쌓아 기초를 다지고 바닥에는 잔돌을 깔고 황토벽돌로 받침돌을 만들어 전국에서 수집된 옛 장독을 배치해 놓았다.

여름 한낮, 열기를 오롯이 받아내며 반짝이는 독을 바라보고 있자니 정성 가득 장을 담가 아낌없이 퍼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장독대를 등지면 팔도 장독대와 그 특징을 적어 놓은 공원이 펼쳐진다.

시원한 인공폭포와 주상절리원, 전통생활풍경원, 뒤웅박 정원지 등 그리 넓지 않은 공간 안에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뒤웅박 장독대 뒤 한옥은 전통장류박물관으로 장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물 등으로 꾸며졌다. 전통장류박물관은 세종시 1호 사립 박물관이기도 하다.

뒤웅박 고을 내 식당은 이곳 장맛을 볼 수 있다. 음식 가격이 정갈한 음식만큼이나 비싼 것이 흠이지만 그냥 지나치기도 아쉬운 맛이다.

뒤웅박 고을 관람을 마쳤으면 인근 운주산 산행을 즐겨도 된다.

<교과서 박물관 어릴 적 추억 새록>

◇인근 볼거리 = 세월을 거스른 추억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국내 유일의 '교과서 박물관'(세종특별자치시 연동면 내판리 152)을 찾아서 발길을 옮겨보는 것도 좋다.

뒤웅박 고을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한적한데다 과거 천자문을 가르치던 한자책부터 일제강점기를 지나 철수와 영희가 나오는 당시 문교부가 발행한 교과서,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화되는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옛 교과서 수집을 해 온 '황인기의 보물창고' 특별기획전도 8월 31일까지 열리고 있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갑자기 수다스러워지는 것은 추억을 만난 기쁨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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