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관련 주민투표 청구서와 서명부를 접수한 경남도가 이 민원을 처리하는 방법은 대단히 쉽다. 두 가지 중 하나를 택일하는 단순한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투표에 동의한다면 절차만 시작하면 된다. 봉쇄키로 하면 다음 단계가 복잡다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첫 번째 부정적인 측면은 여론이 나빠지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법원으로부터 주민투표 대상이 된다는 판정을 받았고 그에 따라 어렵사리 대표자 명의를 인정받아 서명작업에 착수한 결과 유효 수를 채웠지만 재차 주민투표를 허용치않는다면 도의 방침을 지지해온 일부 보수층조차 등 돌릴 여지가 있다. 두 번째, 소통은 막힌 채 송사로 일관된 홍준표 도정의 강압모드로 인해 행정은 물론이요 주민 피로감은 한층 팽창될 것이 틀림없다. 경남도는 애초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주민투표 대표자 인정서를 교부하지 않았고 관계자들은 할 수 없이 법원에 제소해 자격을 얻은 바 있다. 진주의료원이 폐업된 실제 기간이 2년이 넘었으므로 그동안 불교부로 인한 지방자치법상의 민권이 얼마나 제약을 받았는지 미루어 알 만하다. 만일 도가 주민투표에 동의하지 않고 그 권한이 재량권의 범주에 속한다고 또다시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다면 길은 하나다. 법원에 물어 법적 정당성을 쟁취해야 한다. 조직과 재정력이 전혀 없는 민권단체로선 멀고먼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 판결 날 때쯤에는 지금의 도정은 막바지에 다다를 것이고 추진 주체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할 것이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폐업 후의 행정적 마무리가 강화됨으로써 흔적은 역사 속으로 묻히고 세상인심은 둔감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경남도가 주민투표를 통해 심판을 받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겉으로는 비용이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이미 행정절차가 완료되었다는 명분을 들고 있으나 실인즉 도 정책에 대한 도전을 용인치 않겠다는 패권주의가 굳건하게 도사리고 있음은 확실하다. 이제 강은 건너버렸고 서로 갈등이 불붙을 일만 남았다. 그나마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는 편은 상대적 강자인 경남도다. 배수진을 쳐놓고 죽기 살기 식으로 강제하거나 반대 여론을 적대시하는 태도로는 지방자율의 시대정신과는 손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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