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원상회복 시위하자…거제 연찬회 남은 일정 모두 취소

경남도의회 의원 연찬회 첫날인 지난 8일 대명리조트 거제마리나 맞은편에는 '학교급식 중단 사태'에 대해 도의원 책임을 묻는 현수막이 보이는 등 거제지역 학부모 반발이 포착됐다. 급기야 도의원들은 학부모 반발을 이유로 연찬회 이틀째인 9일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발길을 돌렸다.

도의원들은 이날 오전 9시 숙소인 대명리조트를 출발해 저구항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장사도 해상공원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어 해금강 바람의 언덕 등 거제지역 주요 문화관광시설 탐방을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8시부터 학부모 약 100명이 리조트 맞은편에서 '학교급식 중단 원상회복 규탄' 집회를 하고 도의원들이 탄 버스를 막아섰다.

의원들에 따르면 일부 학부모는 버스 앞에 드러눕고 버스를 향해 신발, 계란, 소금 등을 던지며 비난성 발언을 했다. 도의원을 태운 버스 2대는 오전 9시 10분께 리조트 입구를 겨우 빠져나와 저구항 선착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도의원들은 학부모 10여 명이 저구항까지 따라와 비난하자 충돌을 우려해 장사도 방문 등 이튿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도의회로 돌아왔다.

김윤근 도의회 의장은 "장사도 방문은 통영과 거제 등 남해안 섬지역 관광자원화가 '경남 미래 50년 사업' 중 하나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의원들에게 남해안 섬지역 관광자원 우수성을 보여주고 앞으로 도정 감시와 견제에 반영하려는 의도였다"며 "그런데 학부모라는 이들이 버스 앞에 누워 욕설을 하고 신발도 던지고 하더라. 도의원 연찬회는 중요한 공무 중 하나로 그런 행위는 엄연한 공무집행방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의장은 "(도의회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 경찰도 상황을 봤으니까 사법당국 대처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선영 의원은 "'당신들이 도의원이냐' 뭐 이런 말들을 하더라. 심정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의회가 초기에 잘 대응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후 나름대로 중재안도 내고, 의장께서 직접 나서서 양 기관 중재도 하는 등 급식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제법 했다. 이 정도까지 비난받아야 하느냐는 아쉬운 맘이 없지 않았다"고 심정을 전했다.

무상급식 원상회복을 위한 거제시민본부 관계자는 "시의회가 자치단체 급식 지원 의무화를 담은 학교급식지원 조례 개정안을 심사 보류하고 지난 7일 예결특위에서는 상임위에서 보류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예산안을 통과시켜버렸다. 학부모들이 시의회 앞에서 20여 일간 매일 집회를 했지만 바뀐 건 아무것도 없어 상당히 허탈한 상황에서 도의원들이 거제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된 집회만 하려고 했는데 일부 학부모가 통제되지 않은 행동을 한 건 맞다. 나도 학부모들이 저구항 선착장에 갔는지는 몰랐다.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하지만 도의원들이 버스 안에 앉아 손가락질로 조롱하고 웃으며 사진 찍어대며 모인 부모를 자극한 게 근본적인 사태 원인"이라며 "또 저구항 선착장에 모인 학부모는 10여 명밖에 되지 않아 물리적으로 배에 타는 것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최소 몇 배 이상으로 많은 도의원과 도의회 직원이 그 이유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끝으로 이 관계자는 "어쨌든 일정까지 취소했다니 유감이지만 학교급식 중단으로 고통받는 학부모 심정을 도의원도 헤아렸으면 한다. 오죽하면 그러겠나. 학부모들은 여전히 홍준표 도지사와 함께 도의원들도 급식 중단에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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